주위에 너그러운 분들은 내가 그동안 투자를 잘 해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컨대 나는 그리 투자를 잘 해오지 못했다. 껀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투자 공부를 시작한 지 3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껀수가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껀수마저 죽을 쑨 껀이 상당한 비중이다. 내가 왜 이렇게 투자를 잘 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고 실행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신중함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실행력 부족이다. 회사를 다니던 때 골프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론(?) 서적을 사고 회사 주위의 골프 연습장도 몇 군데 임장(!)하였지만 끝내 시작을 하지 못하였다. 헬스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헬스장도 여럿 기웃거렸지만 끝내 시작하지 못하였다. 즉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은 편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쉽사리 손과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단답형 문제풀이에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곧잘 하긴 하였는데 이는 단답형 문제풀이에 특화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대학교까지는 얼추 잘 들어갔지만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애를 많이 먹었다. 대학원 공부는 단답형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파고드는 공부인데 나는 그런 방식의 공부에는 아주 잼병이었던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대학원을 나와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니 나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게다.
투자를 잘 하려면 위 이유들과 반대의 특징을 가지면 된다. 먼저 실행력이 강해야 한다.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지만 말고 지를(!) 때는 과감하게 지를 줄도 알아야 한다. 투자는 결코 도박이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투자자는 도박사의 특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팅할 때는 확률이 높은 곳에 과감히 베팅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잘 하려면 단답형이 아닌 주관식 서술형 문제풀이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공부는 사람 공부라는 말이 있다. 한 길 사람 속을 잘 알아야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 있어서, 경매 낙찰 후 명도를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과 협상을 잘 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는 결코 단답형 문제가 아닌 고도의 논술형 문제인 것이다.
정리하고 보니 여러 가지로 내가 투자를 잘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 투성이다. 나는 투자를 관둬야 하는 걸까~ 영 적성에 맞지 않는 걸까~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나는 뭔가 시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투자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빨리 뛰는 게 아닌 오래 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래 뛰는 데 있어서는 나름 자신이 있다. 좋은 예가 바로 '경제신문 필사'이다. 경제신문 필사란 경제뉴스를 하나 읽고 이를 세 줄로 요약하고 내 생각을 적는 것인데, 나는 이 경제신문 필사를 최근 2년 넘게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해오고 있다. 진짜다.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행을 갔을 때나 매일 경제신문 필사를 수행했다.
꾸준함은 재능을 이긴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꾸준함을 무기로 나는 투자판에 계속 머무르려 한다. 꾸준함을 통해 언젠가 포텐(!)을 터트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도 묵묵히 투자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미 퇴사해 버린 나는 이제 돌아갈 곳도 마땅치 않다. 이른바 배수의 진이다. 투자판에서 남은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려 한다. 이에 오늘도 묵묵히 투자의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