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돈을 벌지 않다 보니 현실적인 쪼들림(!)도 그렇지만 '잉여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돈은 못 벌고 밥만 축내는 안 좋은 느낌,, 이게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자칫 자존감에도 스크래치가 날 것만 같다. 이에 퍼뜩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취업을 통해서다. 단 월 200~300만원이라도 정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몸과 마음이 더욱더 안정이 될 것 같았다. 이에 그날로 나는 '잡코리아'를 뒤지기 시작했다.
일자리는 참 많았다. 다만 고용인 측에서 나를 고용해 줄 지가 관건이다. 오십이 다 된 퇴직자, 별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책상쟁이, 왠지 눈이 높아 보일 것 같은 학력과 경력,, 나는 눈높이를 확 낮췄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고용인 측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다. 예전 연봉의 절반만 받아도 좋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과연 그럴까'라고 의구심을 표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지원서를 넣었지만 감감무소식이 반복되자 지원 속도가 빨라졌다. 대부분 잡코리아에 미리 등록해 놓은 이력서를 가지고 10초 만에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래도 소식이 없다. 널찍하게 그물을 던져 놓았건만 걸리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비로소 나는 뼈저리게 현실을 실감한다. 이게 시장에서의 나의 가치, 나의 쓸모이다. 한 마디로 나는 '무쓸모'이다.
그래도 계속 도전을 할 것이다. 매일 수많은 일자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꾸준히 끈질기게 그물을 던지다 보면 그래도 물고기 한 마리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다, 지금보다 더 눈을 낮춰야 할까~ 조금만 더 고민해 보도록 하자~
퍼뜩 '알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일회성 알바 자리를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그런 알바는 몇 가지로 추려졌다. 시험감독 알바, 테스트 알바, 임상시험 알바 등이 그런 알바에 속했다. 그 중 최근에 테스트 알바를 두 번 해보게 되었다.
내가 해 본 두 번의 테스트 알바는 모두 식품 맛 테스트 알바였다. 식품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해당 식품의 맛을 보고 주어진 설문에 응하는 것이다. 각각 다른 조사 기관에서 수행했고, 한 번은 1시간에 2만5천원, 그리고 또 한 번은 1시간에 3만원을 받았다. 올해 최저시급 1만30원에 비해서는 상당한 고액 알바이다. 그냥 먹고 그냥 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몸과 마음을 쓸 일도 없다. 찾아보니 그런 '꿀알바'도 있더라~ 역시 찾아보면 다 길이 있는 법이다.
물론 맛 테스트 알바도 아무나 갖다 쓰는 건 아니다. 사전 설문을 진행하고 요건에 부합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사실 그 전에 몇 번의 탈락을 거쳐 겨우 뽑힌 귀한 자리들이었다. 이때 나는 당연한 사실을 또 깨달았다. '돈 버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구나'
고백컨대 회사에 다닐 땐 솔직히 잘 몰랐었다. 기계처럼 눈을 뜨면 회사에 가고 땡 하면 집에 왔다. 그리고 매달 25일이 되면 소정의 돈이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되었다. 월급이 마치 공기처럼 느껴졌다. 나는 일자리의 소중함을 몰랐고 월급의 소중함은 더더욱 잘 느끼지 못했다. 회사를 나와서야 그 일자리가 정말로 소중했고 그 때 받은 월급이 참 소중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돈을 버는 것을 달리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지갑을 쉽게 여는가? 결코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면 결코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한 잔 술을 걸치고 어줍잖은 객기에 턱턱 쏠 때는 있어도, 백원, 천원 쓰는 것을 엄청나게 고민하고 결국 쓰지 않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여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 정말 고귀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 내게 유일한 현금 흐름인 상가 월세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마저 없었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로 소중한 '돈'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돈을 더 벌기 위해 나는 더욱더 진중하게 더욱더 절실하게 삶에 임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이 내게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나는 그만큼 아니 그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좀 더 가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나 자신을 갈고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