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4시에 일어났다

by 비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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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를 듣지 않고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습관적으로 핸드폰 시계를 살펴본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안 돼 더 자야 돼~ 잠이 달아날 세라 얼른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정신은 더욱더 또렷해진다. 결국 다시 이불을 걷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새벽 4시20분이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요즘 3일에 이틀은 이런 식이다. 새벽 4시 또는 5시 기상이 기본이다. 모두 아시다시피 나는 출근이 필요하지 않은 완전한 '도비'의 몸이다. 그런데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부지런함(!)이라니~ 이게 모두 다 그녀석(!)의 짓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조울증 환자다. 들뜸과 가라앉음이 번갈아 오는데, 지금은 전형적인 들뜸 즉 조증의 시기다. 지난 가을 행크 스터디에서 제명되고 나서 오랜 울증의 기간을 보냈다. 그것에 대한 반작용일까~ 12월쯤부터 본격적인 조증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12월 들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하루를 길게 또 여러가지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은 나 같은 백수 조울증 환자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다.


어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다. 워~워~ 하라고. 지금 분명히 들떠 있다고,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아마 매일 먹는 약도 들뜸을 가라앉히는 데 필요한 약으로 바꿔 주신 것 같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이 증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니 오늘도 4시에 일어난 거겠지.


일단 일어나면 바로 씻고 공유 오피스 내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거의 지하철 첫차를 타고 공유 오피스로 출근한다. 아주 일찍 지하철을 타면 조조할인을 받는다. 200~300원 아끼는 것 뿐인데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티끌 모아 티끌인데 잠시 부자가 되는 공상도 하여 본다.


공유 오피스에 출근하여 이것저것 일을 시작한다.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알바나 취업 자리가 없는지 검색도 해 본다. 요즘에는 공유 오피스 창업 스터디도 시작하여, 공유 오피스 공부에도 꽤나 열심이다. 만년 월급쟁이가 첫 창업을 공유 오피스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유 오피스에 오랜 기간 다니고 있다 보니 공유 오피스라는 사업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공간 임대 사업으로 공유 오피스만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터디는 내년 1월까지인데 스터디 기간 중에 창업을 시도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창업할 돈이 있지는 않다. 지금 한창 돈맥경화(!)의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이에 중장기 플랜으로 공유 오피스 창업을 계획하고 있고 우선 공부부터 착실하게 해 놓기로 한 것이다. 만년 월급쟁이의 첫 사업이 될 것이니만큼 망하지(!) 않기 위해 아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이런,, 워~워~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일을 벌리고 있다. 서울도서관과 문래도서관에서 책을 한아름 또 빌려 왔다. 글쓰고 글읽고 공부하는 와중에 독서왕까지 되려고 하나 보다. 더이상은 일을 벌리지 말고 지금의 조증 시기를 무사히(!) 잘 보내 보자.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 하고 싶은 일들만 하는 거다. 새해에는 조울증과 좀 더 친해지고 좀 더 잘 다뤄보는 거다. 아무쪼록 슬기로운 조울증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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