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인 내가 행복한 이유

by 비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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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퇴사를 말리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지금 받는 월급의 최소 2배를 벌 때까지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게 좋다' 현실적인 조언도 참 많이 들었다. 다 맞는 말씀들이라 생각한다. '굶어봐야 안다. 밥이 하늘인 것을' 월급은 생존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그 삶은 끝난다. 인간의 존엄성이 의미가 없어진다.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터가 된다.


그럼에도 나는 퇴사를 하였다. 믿는 구석은 퇴직금과 상가 월세였다.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면 감히 퇴사를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면 어떻게 내 밥줄을 놓을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수중에 돈이 있었고 상가 월세라는 현금 흐름이 존재하고 있었다. 상가 월세의 순수익은 예전에 받던 세후 월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씀씀이를 줄이고 나니 '똔똔' 수준은 된다. 요즘 내 씀씀이는 거의 식비가 전부다.


이제 '행복도'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돈을 많이 벌던 지난 회사원이었을 때와 돈을 적게 버는 지금 백수(!)인 때를 비교해 본다. 명확하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럼 지금이 더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돈을 버는 삶이 아닌 돈을 쓰는 삶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려고 하면 세상은 험악하고 불친절해지지만 돈을 쓰려고 하면 세상은 따스하고 친절해진다. 쓰는 돈이 아주 적긴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으니 세상의 따뜻한 면만 주로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삶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이 되어 사원증이라는 '목줄'을 걸고 회사라는 '전쟁터'에 시간에 맞춰 끌려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삶이기 때문이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출근(!)하고 싶을 때 출근하면 된다(요즘 나는 공유 오피스의 내 작은 아지트로 출근한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 읽고 싶을 때 읽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산책하고 싶을 때 산책하고, 배고파지면 밥을 먹는다. 월급을 벌기 위해 하루 24시간 중 최소 9시간을 회사에 헌납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다.


셋째, 주로 혼자 보내는 삶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시공간을 함께 보내는 데 따른 피로함이 없다.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맞춰(!) 줘야 할 필요도 없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끝내고 나면 '이제 뭐 하는 게 좋을까~'라며 내 자신에게 대화를 건다. 그럼 '이제 이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애~'라고 내 자신이 답을 해 준다. 혹시 외롭지는 않냐고? 거의 외롭지 않다. 주로 혼자 보내지만 그래도 내게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다. '따로 또 같이' 삶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외로움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행복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비교하지 않을 때, 그리고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어 있을 때 찾아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백수라서 행복하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노동을 하지 않고도 굶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 행복하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인생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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