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있어야 배운다

by 비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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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천'이라는 돈, 과거 회사에 다닐 때 세전 연봉보다도 훨씬 더 큰 돈, 난 잘못된 투자로 그 돈을 한 번에 잃었다. 아니 한 번에 잃었다기보다는 매수 후부터 2년 넘게 조금씩 조금씩 누적되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난 본전(!) 생각에 좀 더 빨리 끊어낼 수 있었던 것을 그렇게 하지 못했고 시간을 계속 흘려보내면서 손실 액수를 계속 키워갔다.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첫 투자를 제대로(!) 실패한 고백이다.


때는 2023년 9월이었다. 그때 나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 아파트를 '줍줍'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1억4천'이라는 손실을 보고 해당 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하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나는 이 실패 건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아니 내가 왜 실패했을까~


먼저 나는 많이 조급했다. 23년 9월 당시는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쯤 됐던 때였다. 그 때 나는 '첫 투자'에 아주 목이 말라 있었다. 하루빨리 투자 경험담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그 때 우연히 해당 아파트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 때도 긴가민가 하였다. 일자리, 교통, 학군, 주거환경, 개발호재 모두 애매했다. 하지만 당시 많이 조급했던 나는 좋은 동호수만 갖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렸다. 오랜 미분양 기간에 높은 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RR만 가질 수 있다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RR을 갖긴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아파트의 주요한 가치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RR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 때 나는 참 단순하고 많이 조급했다.


또한 나는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였다. 나는 청약을 무조건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했다. 원래 청약은 시세 대비 싸게 나오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가격이 올라 돈을 버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미분양이 나도, 줍줍으로 물건이 나와도, 청약이니까 괜찮겠지, 청약이니까 손해는 보지 않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과감하게 손절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나고 1년반이 지나가도 아파트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아니 여전히 '마피'였다. 원래부터 잔금을 치기 전에 분양권 상태로 매도하겠다는 계획으로 분양권 매수를 했던 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음이 조여갔다.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투자를 잘못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햇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처음부터 과감하게 손절을 했어야 했건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잔금 시기를 1년전 쯤 앞두고 나는 겨우(!) '무피'로 해당 물건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 때 무피가 아닌 다만 얼마라도 마피를 붙여 팔았다면 좋았을 것을 나는 본전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고 나는 무피->마피1천->마피3천->마피5천->마피6천 식으로 조금씩 마피 금액을 높여갔다. 그럼에도 매수자가 붙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 재깍재깍 잔금 시기가 다가왔다.


마피8천에 이어 마피1억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마피1억에 이르니 드디어 매수 의향자가 붙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야 집을 팔게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말이다, 사전점검 때 여러 팀들이 집까지 보고 갔건만 계약하자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ㅠ 사검까지 지나 이제 입주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마피1억3천으로 가격을 더 내렸다. 그때서야 소중한(!) 매수 의향자가 다시 나타났고, 5백을 더 깎아주고 마피 1억3천5백에 그리고 복비 5백, 그렇게 1억4천이라는 손실을 거두고 해당 아파트를 매도할 수 있었다.


마피8천~1억에 내놓았던 시절, 사검 후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시절, 그 때 참 많이 힘들었다. 다른 일로도 많이 힘든 때였는데 이 아파트 건까지 겹쳐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왔다. 매일매일이 큰 고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1억4천이라는 큰 손실을 보고 물건을 처분했을 때도 '쓰라림'보다는 '시원함'이 더 앞섰던 기억이 난다. 고통은 정말 상대적인 것 같다. 1억4천이라는 손실을 보고도 '섭섭'보다는 '시원'이 더 크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참으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23년 9월 당시 과감하게 첫 투자를 지르던 때 되뇌였던 문구가 있었다.


"가장 잘못된 결정은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틀린 결정은 없다. 결정이 잘못되면 잘못된 대로 배우고, 결정이 옳았다면 큰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틀린 결정은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 김승호 사장학개론 中


그렇다. 나는 결정이 잘못되었고 잘못된 대로 배웠다. 나는 큰 수업료를 치렀고 그만큼 온몸으로 배웠다. 고통이 있어야 배우는 법이다.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 나는 실패를 고백하고 실패를 통과해 나가려 한다. 그리하여 2026년에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투자 한두번 하고 말 것 아닌 이상,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2026년엔 부디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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