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했다. 서울시의 한 자그마한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을 했다. 언제부턴가 '잡코리아'에 들락날락거렸는데 기어코 취업이란 것을 이뤄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 심사, 합격자 발표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난 다시 9to6의 삶으로 돌아갔다.
재작년말 호기롭게 희망퇴직이란 것을 했었다. 이후 이제는 선택받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고 1년 넘게 전업투자자 아니 실질적 백수(!)의 삶을 살아왔다. 그 사이 상가 월세라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긴 하였지만 추가적인 현금 흐름을 더 만들어 내진 못하였고, 분양권 투자의 실패가 확정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돈이 궁해졌다. 가족에게 미안해졌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이에 전업투자라는 실험(!)을 실패로 인정하고 일보후퇴의 마음으로 안정적 현금 흐름이 나오는 재취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운/좋/게 50에 가까운 아저씨를 선택해 준 조직이 있었다. 비록 계약직에 예전 직장의 연봉보다 꽤 많이 줄어든 돈을 수령하게 되었지만 다시 다닐 수 있다는 직장이 생긴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생긴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할 일이다.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추락을 거듭하던 자존감을 '끌올'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한다.
새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간 지 3주가 지났다. 가만히 보니 조직이 참 젊더라. 팀 내 동료의 생년이 참으로 놀랍다. 92년생, 99년생, 그리고 03년생의 동료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들로부터 업무를 배우고 있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나는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꼰대(!)로 보이지 않기 위해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고 한걸음 한걸음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있다. 그들이 볼 때 나는 결코 반갑지 않은 존재일 수 있다. 세대도 다르고 느릿느릿하고 못생겨(!) 보일 수 있다. 업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큰 숙제로 느껴진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조언하신다. 너무 잘 하려 애쓰지 말라고, 너무 좋게 보이려 애쓰지 말라고~ 설사 중간에 짤리면(!) 또 어떻냐고~ 새로운 직장인의 삶에 너무 빠져들지 말기를, 그로 인해 삶에 상처를 입지 말기를 조언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직장은 직장이고 나는 나다. 새로이 들어간 직장은 그저 보너스 같은 것이지 내 삶 자체가 아니니까 말이다. 힘을 빼고 너무 잘 하려 애쓰지 않기로 한다.
삶이 다이나믹하다. 사십대 후반에 나는 계약직 공공기관 직장인이 되었다. 월급이란 현금 흐름을 다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돈으로 바꾸는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 경제적 자유라는 큰 길을 걸어가기 위한 일보후퇴라 생각한다. 결코 그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더 부지런히 더욱더 치열하게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피곤하지만 눈을 비비며 물건을 찾고 어떻게든 자본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전히 난 꿈을 꾸고 있고 아직도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