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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갈라의 실험관찰 Jul 23. 2023

창업이 대수야 오대수야 [1편]

대학생 창업가의 흔한 착각

창업이란 거, 되게 멋져 보였다.


“창업가는 9 to 6의 삶에서 영원회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라.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세상을 바꿀 거고, 영향력과 돈, 경제적 자유를 얻을 거야.”


특히 군대에서 자기 계발서, 뇌과학 서적, 마케팅 서적을 읽으며

이미 성공한 기업가가 된 것처럼 창업 뽕이 잔뜩 차서 전역만 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역설적으로 전역 직후 3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한 시간이었다.

책과 유튜브로 성공 방법, 창업가 인터뷰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되려 실행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니까.


무기력의 골은 너무나 깊어졌다. 침대 밖에 나오는 것이 힘들었고, 우울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로는 창업가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참 웃긴 상황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계발 포르노에 중독되었던 것 같다. 실행하는 건 두렵고, 두려움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기 계발 콘텐츠를 소비하고, 다 보고 나면 무엇인가 고양되는 기분을 느끼고,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의 반복.


경제적 자유고 뭐고 이대로라면 인생 망할 것 같아서 진짜 뭐든 해보기로 했다.



1. 빈티지 의류 판매


인스타그램으로 빈티지 의류 팔아보겠다고 사입하러 부산에 갔다.

컨테이너 창고에 구제 의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거대한 크레인이 옷을 옮기고 있었다. 

아, 이 엄청난 광경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사진첩이 다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쓸만한 옷들을 서울로 가져왔으나, 어떠한 판매 전략도 없었기에 전혀 팔리지 않았다. 좋은 경험 한 셈 쳤다.



2. 피크닉 용품 대여 서비스


집 근처 공원이 피크닉 하기 참 좋아 보였다.

마침 근처에 피크닉 용품을 대여할 만한 곳이 딱히 없었다.

일단 딱 3명에게 대여해 줄 수 있는 수량을 구성했고,

전단지는 아무도 안 받을 것 같아서 귀여운 스티커 판촉물을 만들어 공원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때 경험 덕분에 낯짝이 많이 두꺼워졌다.


아무튼 나름 로고도 만들고 네이버 지도로 예약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 준비를 마쳤다.


첫 예약이 들어왔을 때는 양치하다 말고 브레이크 댄스를 췄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다니!!!

베이직 세트. 만천 원. 처음으로 내 힘으로 벌어본 돈이었다.


베이직 세트. 만천 원. 처음으로 내 힘으로 벌어본 돈이었다.


피크닉 서비스는 봄, 가을 시즌에 쏠쏠한 용돈벌이가 되었다.

(문자 그대로 용돈)


그리고 이때부터였다.

피크닉 용품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면 (나를 존중해 주려는 마음 착한)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해 주었다.

“대학생인데 벌써 창업을 했다고? 너 대단하다!”


벌써 무언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단단히 착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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