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s - loop 리뷰
이브의 첫 솔로 EP LOOP는 출발점이자 탐색에 가까운 작품이다. 2024년 5월 29일 발매된 이 앨범은 4곡이라는 비교적 짧은 구성 안에서 얼터너티브 R&B, 하우스,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과거 그룹 활동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룹 활동 중단 이후 처음 선보인 솔로 작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아이돌 정체성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로서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의도가 앨범 전반에 깔려 있다. 특히 본명 ‘하수영’을 제목으로 한 영상이 함께 공개되었다는 점은 이번 작업이 단순한 솔로 데뷔를 넘어 개인의 자아와 가수로서의 자아를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만큼 첫 앨범에서 자신의 음색과 감각에 맞는 장르를 선택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첫 번째 트랙 ‘DIORAMA’는 R&B 기반의 곡으로, 날카롭고 매커니컬한 사운드 샘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위에 리드미컬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드럼과 기타 라인이 더해지며 세련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몽환적이면서도 차갑게 정제된 사운드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디오라마’라는 제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곡은 앨범의 서사를 여는 역할을 하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과 탐색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 ‘LOOP’는 하우스와 얼터너티브 R&B가 결합된 구조를 보여주는 곡이다. 벌스와 프리코러스 구간에서는 드럼 루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긴장감을 축적하다가, 코러스에 들어서며 그 구조가 깨지고 하우스 신스가 전면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사운드 전환은 ‘루프를 벗어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곡의 메시지를 청각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피처링 랩 파트가 더해지면서 곡의 질감은 이달의 소녀에서 보였던 전형적인 아이돌 댄스곡보다는 해외 클럽 신(Scene)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데, 이러한 선택은 이브의 음색과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Afterglow’는 얼터너티브 록 성향이 두드러지는 트랙으로, 브릿팝 계열 밴드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기타 사운드가 특징이다. 길게 뻗는 멜로디 라인 위에서 이브의 음색은 맑으면서도 몽환적인 결을 유지하는데, 이러한 톤이 록 기반 사운드와 예상외로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이돌 보컬에서 흔히 기대되는 질감과는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트랙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 트랙 ‘금붕어’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그룹 활동 중단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티스트와 팬 모두 힘든 시간을 겪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서로를 잊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자는 내용은 비교적 직접적인 감정 전달로 기능한다. 앞선 트랙들이 자아 탐색과 방향 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 곡은 관계의 지속성과 정서적 위로라는 측면에서 앨범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LOOP는 장르적 다양성과 정체성 탐색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보인다. 아직 완전히 하나의 색으로 수렴되었다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정에 가까우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첫 솔로 앨범으로서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과거 아이돌 활동과의 단절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려는 과도기적 기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작업에서 어떤 장르와 서사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더욱 구체화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이후의 행보를 통해 더 선명하게 평가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