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을 뺏을 줄 알았는데, 일은 더 줬다

by 퇴근후작가

https://brunch.co.kr/@bikeroad/45

i1MdcRdP2sW5J98J0EYH5OwJNEs.jpg

[프롤로그]

우리 회사에는 빌런 조부장이 있다.
팀원들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치게 만드는, 바로 그 조씨 말이다

.

이런 사람은 신기하게도 어디에나 꼭 있다지.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걸까.


조씨,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어디, Josh고?


"실화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나, 일부 각색함"




오늘은 Josh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Josh가 요즘 몸을 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Josh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급변하고 있는 나의 일터에 대한 이야기다.

주제는 바로 AI다.


최근 나는 거의 AI 의존증에 가까울 정도로, 일터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 공식 메일이나 메시지를 쓸 때 핵심은 살리면서 비즈니스 톤을 유지하는 일,
b. 브레인스토밍, PPT 초안 작성,
c. 개발자는 아니지만 엑셀 매크로를 위한 코딩까지.
웬만한 건 AI와 함께 한다.


AI가 우리의 일을 대체할까? 나의 대답은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다”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나는 AI 덕분에 사무실에서 소위 ‘꿀’을 빨았다.
메일을 쓸 때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AI로 초안을 짜서 그대로 보낸다.
예전에는 최소한 1차 검수 정도는 하고 발송 버튼을 눌렀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로 AI 의존증에 가깝다.


PPT 만드는 시간도 대폭 줄었다. 예전에는 보고서 초안의 구도를 짜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기존 프로세스를 왼쪽에 둘지, 새 프로세스를 오른쪽에 두고 차이를 부각할지,
아니면 하나의 큰 차트로 그려서 한 방에 보여줄지 같은 고민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고민마저 AI가 대신 해준다.

나는 세세한 용어 수정이나 회사 톤앤매너에 맞는 글꼴, 색상 정도만 손보면 된다.


하지만 AI로 꿀을 빨던 시기는, 이 모든 걸 나 혼자만 알고 있었을 때로 국한된다.

최근 사무실에는 “AI 안 쓰면 곧 도태된다”는 분위기가 깔리기 시작했고,
AI를 통한 첨삭, PPT 제작, 브레인스토밍은 이미 누구나 다 하는 기본 옵션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최근에 “AI가 인간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지도?”라는
희망의 불씨가 이 보이기도했다.


얼마 전 직장 상사가 나를 불러 미래 재고량을 예측할 수 있는 매크로를 하나 짜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럴 때마다 속으로는 “그걸 누가 모르나, 그래서 어떻게 하는데?” 같은 욕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뜻밖에도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이다.

상급자가 아이디어를 던지고, 그걸 구현하고 실행하는 건 실무자의 몫.


몇 분 뒤, 000.txt 파일 하나가 메신저로 날아왔다.
나는 한두 줄짜리 간단한 코멘트 정도겠거니 하고 파일을 열었는데,
안에는 수천 자에 달하는 텍스트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공허했다.
이론적이지도 않고, 그저 수박 겉핥기식 지식의 나열일 뿐,
재고를 예측하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었다.

출처를 물어보니 AI로 브레인스토밍한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또한 AI를 이용해서 코딩을 하면 구현할 수 있을것이라고 했다. (난 코딩을 할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아이디어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상급자의 근거 없는 개소리 한마디에도 결과물을 가져와야 하는 게 사회다.
그런데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개소리에 AI가 그럴듯한 명분까지 덧붙여주니
예전처럼 “아~ 이건 안 돼요”라고 말하기가 더 껄끄러워졌다.


결국 나는 코딩시범대에 올랐고,
그가 제안한 매크로 로직을 구현하기 위해 AI와 작업을 시작했다.


그날 하루 종일, 8시간 동안 AI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내가 해독하지 못할 VBA 코드 수백 줄을 엑셀에 붙여 넣고 결과 값을 확인했다.

그런데 웃긴 건, 그 결과물이 조금씩 쓸만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AI를 통한 사회의 발전은 분명히 올 것이고,

AI의 도입이 곧 직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개인적인 확신이 들었다.


예전에는 연필과 도화지로 도면을 그리고, 손으로 장부를 기록했다.
지금은 그 일을 엑셀과 PPT, 각종 프로그램이 대신한다.

때문인지 경쟁이 치열해진건 사실이지만, 직업의 종말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 이전에는 기계를 통한 2차 산업혁명도 있었다)


AI로 바뀌어가는 지금의 사무실 풍경을 보며, AI 덕분에 내 일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유능한 AI를 통해 내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더 고도화된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뉴스다.

하지만 이는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내 역할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회사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 있겠다는 묘한 안도감도 함께 들었다.

단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예나 지금이나 이런 산업혁명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컴퓨터를 배우지않았거나, 스마트폰시대에 핸드폰을 다룰줄 모른다는것 등이 그러하다.

항상 유연해야 한다. 그 정도만 된다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는 유영할 수 있을 테니

AI 시대에 대해 너무 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어데 Josh고?) Little Josh 관찰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