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불확실함의 연속이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사실에 비추어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해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고부동한 사실이 있다. 바로 모든 인생의 끝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각양각색의 인생이 있다. 하지만 모두 죽음이라는 동일한 최후를 맞는다.
그런데 인간은 죽음에 관하여 티끌만큼도 알 수 없다. 인간은 살아있는 이상 죽음에 관해 조금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자기 삶이 끝난 이후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심지어 죽음이 언제 닥칠지도 미지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건강했던 사람이 오늘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인생은 자신의 종착지가 언제 나타날지, 나타난 이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 채, 그저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 이는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삶의 숙명이다.
그래서 삶은 공포와 불안에 쫓긴다. 그들은 빚을 독촉하는 채권자와 같다. 그런데 그들이 독촉하는 빚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고, 갚아도 갚아도 독촉은 끊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죽음으로부터 삶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처도, 언제나 공포와 불안은 인간의 마음을 엄습해온다.
그런데 공포와 불안이 강렬해질수록 살고자 하는 의지, 즉 삶에의 의지도 강렬해진다. 삶을 비관하고 저주하는 자도 벼랑 끝에 내몰리면 본능적으로 빠져나오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 한다. 삶에의 의지로 충만한 본능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죽음 덕분에 삶에의 의지를 느낀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불확실함이야말로 인생을 일깨우는 중요한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