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모든 인간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삶이 짧고 덧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다 죽어가는 많은 환자들을 살린 의사들도 결국에는 죽었고, 다른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맞히는 많은 예언들을 한 점성술사들도 결국에는 죽었으며, 죽음과 불멸에 대해 무수히 연구하고 논쟁을 벌인 철학자들도 결국에는 죽었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군을 도륙한 위대한 장군들도 결국에는 죽었고, 헬리케와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도시들 전체가 죽었다”(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는 것을 너는 늘 명심하라.
네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중에서 이미 죽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라. 한 사람은 자신의 친구의 눈을 감겨준 후에 얼마 안 있어 자기도 눈을 감았고,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묻어 주고서 얼마 후에 자기도 묻혔다. 이 모든 일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다. 한 마디로 말해서, 너는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지를 늘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진액이었다가 내일은 미라나 재로 변한다. 그러므로 올리브 열매가 다 익으면 자기를 낳아준 대지를 찬양하고 자기를 길러준 나무에 감사하며 떨어지는 것처럼, 너도 이 짧은 인생을 본성에 따라 살아가다가 인생 여정을 끝낸 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제4권 48
또한 죽음 이후엔 우주의 근원으로 돌아가거나 원자들로 해체되어 흩어지므로 왕이나 마부나 똑같아진다. 삶의 덧없음이 또다시 강조되는 대목이다.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나 그의 마부나 죽어서는 똑같아졌다. 두 사람은 똑같이 우주의 근원인 이성으로 되돌아가거나 원자들로 해체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 『명상록』 제6권 24
그런데 한 가지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어차피 삶이 덧없는데, 왜 삶에 충실해야 하는가?
머지않아 너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너는 아직도 여전히 단순하지 않고, 초연하지 않으며, 외적인 것들에 의해서 해악을 입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사람과 화목하지 못하며, 정의롭게 행하는 것만이 지혜라는 확신도 갖고 있지 못하다.
- 『명상록』 제4권 37
어차피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인데, 왜 단순해야 하고, 초연해야 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하고, 타인과 화목해야 하며, 정의롭게 행해야 하는가?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 안 되는가? 마르쿠스는 이러한 난제를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인지,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사상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인간이 살면서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문제이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물어올 것이다. 어차피 덧없는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죽음이 머지않은 삶에서 무엇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가? 이에 우리는 그럼에도 여전히 삶을 살아감으로써 이러한 질문들에 답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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