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회사(MICHELIN)의 브랜드 마케팅, 미식의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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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2> 어록 中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꼽자면 무조건 '흑백요리사 2'입니다. 방영되자마자 넷플릭스 순위를 갈아치웠을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는 수많은 짤로 돌아다니고 유튜브에서는 쇼츠와 미방영분이 연일 HYPE 콘텐츠에 오르고 있죠.
그중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에피소드는 '손종원 셰프 VS 쓰리스타 킬러'의 1대1 대결이었어요. 두 셰프의 요리도 요리지만 대결 구도와 서로 나누는 대화가 살벌한 무림 고수들의 대결 같았거든요. 특히 손종원 셰프의 "제가 일했던 쓰리스타가 저를 쓰리스타로 만들진 않더라고요. 저의 스타는 제가 만들어가야 되는 거거든요"라는 멘트는 제게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면 온전한 자기 것이 아니라는 교훈까지 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셰프의 세계에서 '스타'는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 스타는 매년 발간되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평가원들이 맛, 분위기, 가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부여하죠. 특히 가장 높은 3스타는 "이 요리를 맛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로 떠날 가치가 있다"라는 기준으로 부여하기에 선정된 식당과 셰프는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2024년 안성재 셰프의 '모수', 2025년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만 선정)
그런데, 사실 이 미쉐린 가이드는 이름부터 아이러니입니다. 음식과는 아예 거리가 먼 타이어 제조 업체, 미쉐린(MICHELIN)이 주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쓰리스타 수여식 사진 속 안성재 셰프 옆에 있는 마스코트 '비벤덤'은 외곽의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 타이어 매장에서도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타이어 제조 업체가 아예 무관한 미식의 세계에서 기준을 세우게 되었을까요?
가장 성공한 사이드 프로젝트, 미쉐린 가이드의 마케팅·브랜딩 전략을 함께 살펴보시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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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MICHELIN)은 1889년, 앙드레 미쉐린과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망해가던 할아버지의 고무 공장을 살리기 위해 설립하며 시작합니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탈착식 공기 타이어를 개발해 이를 자동차에 장착하고자 했죠. 하지만 당시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암담했습니다. 1900년 기준, 프랑스 전역의 말은 300만 마리인 반면 자동차는 고작 3,000대 미만이었거든요.
주유소라는 개념조차 없어서 약국에서 소독용으로 쓰이던 휘발유를 사서 넣었고, 도심을 벗어나면 포장도로가 끝나 바퀴가 진흙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탓에 사람들은 운전을 그야말로 '모험'으로 여겼습니다. 차가 있어야 타이어를 팔고, 많이 굴러가야 새 타이어를 살 텐데.. 참으로 막막한 현실이었죠.
미쉐린 형제는 우선 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판단하에 운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로 결심합니다. 1900년, 타이어 교체법, 주유소와 정비소 위치, 지도, 그리고 허기를 채울 맛집과 숙소 정보를 꽉 채운 빨간색 책자 35,000부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죠. 이것이 바로, 미쉐린 가이드(GUIDE MICHELIN)의 시초입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운전자들은 이 생존 키트 같은 가이드북 덕분에 안심하고 더 멀리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뜨거워지자 미쉐린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가이드북을 확장했죠. 이를 발판 삼아 본업인 미쉐린 타이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영국과 이탈리아에 진출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타이어 브랜드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미쉐린 가이드는 타이어 판촉물로 뿌려졌던 '무료 책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료 책자는 어떻게 전 세계 셰프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미식의 기준이 되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초창기 미쉐린 가이드는 일종의 로드트립 가이드북이자 무료 타이어 판촉 책자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앙드레 미쉐린이 한 정비소를 방문했을 때 흔들리는 작업대를 고정하는 받침대로도 쓰이는 것을 발견할 정도로 가볍게 여겨졌어요. 마치 우리가 전단지를 다루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미쉐린은 받침대로 쓰이던 무료 책자를 미식의 기준으로 만들었을까요?
✅ 브랜딩 원칙 1: 돈을 내야만 가치를 느낀다
작업대 받침대 사건에 충격을 받은 앙드레 미쉐린은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무료로 얻은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아무리 좋은 정보를 담아도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타이어 판촉물 취급을 받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쉐린은 1920년부터 과감하게 가이드북을 유료(당시 약 7프랑)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책 속에 가득했던 모든 상업 광고를 전부 빼버렸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 책을 전단지가 아닌 전문 서적으로 대우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표를 붙임으로써 비로소 '가치'를 부여한 것, 이것이 미쉐린 브랜딩의 첫걸음이었습니다.
✅ 브랜딩 원칙 2: 시대를 앞서간 내돈내산
가이드북이 유료로 팔리기 시작하자, 미쉐린은 독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맛집 정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세우는데, 바로 '익명성'과 '독립성'입니다.
보통의 잡지나 블로그는 협찬이나 광고를 받아 수익을 냅니다. 하지만 미쉐린은 식당으로부터 그 어떤 대가도 받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어요. 대신 신분을 철저히 감춘 전문 평가원(인스펙터)을 고용했죠. 이들은 일반 손님처럼 식사하고, 반드시 자기 돈으로 계산을 하고 나옵니다.
"우리는 밥값을 지불했으니, 식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냉정하게 평가하겠다" 이 당당한 태도가 100년 넘게 쌓이면서 '미쉐린의 별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절대적인 권위가 만들어졌습니다.
✅ 브랜딩 원칙 3: '드라이브'를 유도하는 욕망의 별점, 3 스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스타 시스템'은 19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는 1개의 스타만이 있었지만, 1931년 미쉐린은 이를 현재의 3단계로 세분화합니다. 여기서 미쉐린의 빅픽쳐가 드러나죠.
⭐️ 1 스타: 요리가 훌륭한 식당
⭐️⭐️ 2 스타: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
⭐️⭐️⭐️ 3 스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
보이시나요?
2스타와 3스타의 기준에는 맛에 대한 설명보다 '찾아간다', '여행을 떠난다'는 행동 지침이 핵심입니다. 즉, 미쉐린은 최고 등급의 별을 따기 위해, 혹은 그 별을 맛보기 위해 미식가들이 기꺼이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하게끔 설계한 것이죠.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 '미식'을 자극함으로써 사람들이 '드라이브'를 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미쉐린의 타이어를 자연스럽게 구매하게 유도했어요. 그 결과, 미쉐린은 지금까지도 (2025년 기준) 글로벌 타이어 매출액, 브랜드 가치 모두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타이어를 팔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타이어보다 더 유명해진 주객전도의 아이콘.
미쉐린 가이드는 이렇게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성공을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나 '운'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미쉐린 가이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 '사이드' 프로젝트지만, '진심'으로.
많은 브랜드가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하지만, 대부분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단발적인 'Side(부수적인 일)'로만 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쉐린은 달랐죠.
공정성을 위해 모든 상업 광고를 포기하고, 평가원들의 체류비 전액을 지원하며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수합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당장 없앴을 '비용'이지만, 미쉐린은 이를 브랜드 품격을 위한 '투자'로 여기며 100년 넘게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죠.
이런 진심은 국내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와도 오버랩됩니다. 수익성보다는 무대와 음향, 뛰어난 아티스트 섭외 등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쏟았기에, 현대카드가 단순 금융사를 넘어 '문화 마케팅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이처럼, 고객이 제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를 신뢰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은, 결국 브랜드가 사람의 감정을 움직였을 때입니다. 미쉐린이 미식가들의 마음을 울렸고, 현대카드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것처럼 말이죠.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미쉐린의 '진심' 어린 브랜딩 전략을 참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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