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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반장 Aug 30. 2020

초짜 강사의 온라인 강의 데뷔 이야기

데잇걸즈 4기 '엑셀을 활용한 EDA 및 데이터 시각화' 특강 후기


'엑셀을 활용한 EDA 및 데이터 시각화'를 주제의 특강으로 데잇걸즈 4기분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프런에 '엑셀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를 개설하고 난 뒤 감사하게도 이런저런 기회와 만남이 생기고 있는데 공식적인 첫 대외활동이었습니다.


처음 가볍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꼭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자리였습니다. 결코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데이터분석 교육을 수강했을 때 느꼈던 혼란과 좌절감. 그리고 그 이후 여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고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 드림으로써 데잇걸즈 분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에 의미가 컸습니다.

3시간의 특강은 매시간 20%의 이야기와 80%의 엑셀 실습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과 경험 썰 두 스푼, 엑셀 썰 여덟 스푼


하나. 보이는 길 밖에도 세상은 있습니다!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정보는 일부 기업들의 것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SNS나 대중매체를 접하다 보면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시작된 이후로 모든 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고 너도나도 파이선이나 R로 데이터를 갖고 놀 줄 아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업에서 느꼈던 것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기업이래 봐야 전체 기업의 1%도 되질 않고 아직도 많은 기업은 데이터로 일하는 문화와 거리가 멀고 활용 역량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분법적으로 대다수의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데이터 붐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기업들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와 범위 그리고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공부하고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주눅 들지 말고 자기만의 분야를 향해서 꾸준히 가셨으면 합니다.


둘. 아닌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바램 '이 교육이 로또였으면'

교육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교육 하나로 내 인생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의 사회 경제적 여건은 계속해서 좋지 않고 구석에 몰리는 형국이 되다 보니 나를 구출해주기를 바라게 되고 조급하게 되고 공부를 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뒤처지는 기분이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학습이 시작이거나 또는 어느 과정의 중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의 작은 부분도 함부로 보장할 수 없고, 오히려 함부로 장담하고 보장하는 이가 있다면 무책임한 눈속임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엑셀 특강이었는데... 너무 딴소리만 늘어놨네요


어쨌든 주제는 '엑셀을 활용한 EDA 및 데이터 시각화'인데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할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습니다. 사전에 부탁드려서 받게 된 데잇걸즈 커리큘럼을 보고 또 봤습니다.

전체 과정에서 조미료 역할을 해드려야 하다 보니 원래 요리를 헤쳐서도 안 되고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모를 정도로 무의미해서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영화 OST를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방향성이 있는 큰 교육과정에 기름처럼 떠버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약 3시간. 그리고 온라인.


그때 마침 오픈된 생활코딩의 '머신러닝 야학' 과정 소개 포스팅의 한 대목에 크게 공감하고 저 역시 이 컨셉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이나 이론이 아닙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마음, 즉 꿈이 생길 것입니다. 꿈이 있다면 지식이나 능력은 차차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생활코딩 페이스북 포스팅 발췌)


그런 고민 끝에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1. 우리나라 회사 수? 같이 직접 확인해보시죠! '피벗 테이블'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로 사업자 수를 실습으로서 알아보기로 생각했습니다. 준비한 국세청 사업자현황 데이터를 이용해서 피벗 테이블과 피벗 차트의 주요 기능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공부를 시작하신 분들답게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고 로드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있으셔서 저도 덩달아 신났었습니다.


2. 엑셀이라 죄송합니다. '엑셀 주요 데이터 전처리 기법'

특강을 들으시는 분들이 전문 데이터 분석가가 되실 수도 있고 현업에서 데이터를 다루시는 분들이 되실 수도 있는데 역할에 따라 엑셀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통으로 엑셀이 본질적으로 가진 분석에 적합하지 않은 데이터의 형태는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대부분이 간단하지만 제가 회사에서 저희 팀원분들이나 주변 분들이 힘들어하던 상황들로 구성했습니다.


3. 일부러 숨긴 적은 없습니다만... '파워 쿼리'

당장 엑셀로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직장인이라면 배워야 할 것이 파워 쿼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데잇걸즈 분들에게 꼭 파워 쿼리를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이 부분은 빼야 할까 고민했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짧은 특강이었고 엑셀 2013 이하에서는 추가 설치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심지어 맥용 엑셀에서는 구동되지도 않으니까요. 결국은 양해를 구하고라도 하자고 결심하고 진행했습니다. 팔짱 끼고 구경만 하게 되더라도 이런 게 있다고 꼭 소개해 드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이번 특강의 전체 실습 세션 중에서 가장 큰 '오오~'를 받았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비대면 온라인 강의군요!


초짜 강사한테 온라인 강의는 과연 독인가? 약인가?

이날 특강은 온라인 협업툴을 활용해서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었습니다. 특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안내를 받은 날부터 오히려 잘되었다는 마음 절반, 경험 없던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안감이 절반이었습니다. 온/오프라인 강의 경험이 모두 부족하다 보니 득인지 실인지도 판단이 잘 안 되었습니다.


어영부영 일단 시작, 그리고 압박

특강 당일 지인분의 배려로 공유 오피스의 한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온라인 협업툴 강의도 듣고 준비를 했는데도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헤드셋이 잘 인식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해서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아 나의 첫 특강은 이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는가?'라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덕분에 강의에 대한 긴장은 온데간데없을 수 있었죠. 어찌어찌 오류는 바로 잡혔습니다. 잭을 뺐다가 다시 꼈거든요. 그리고 소개를 받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두근두근.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했습니다. 아주 고요했습니다.

수강생분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끄고 저는 제 노트북에 파워포인트를 전체화면으로 놓고 진행하다 보니 그냥 벽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랜선 건너편에 존재하지만, 얼굴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상황은 큰 압박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목소리 크기는 괜찮을까? 화면은 잘 보일까? 지금 내 얼굴에 뭐가 묻어 있지는 않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준비한 슬라이드는 소화해야 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하니 덜컥 겁도 났습니다.

그런데 1분, 2분 시간이 조금 지날 무렵 채팅창이 눈에 들어오고 짧은 문장이 보였습니다.

'조금 천천히 해주세요~'

아! 보고 듣고 계셨군요?! 라는 당연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동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채팅창을 화면에 잘 배치하고 대화를 하면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빠른가요? 천천히 해볼게요~'

'맥에서는 이게 안 되나요? 혹시 해결하신 분?'

이렇게 대화를 하기 시작하니 수강생분들도 사소한 리액션도 채팅으로 해주셨습니다. 강의 중 재기발랄한 채팅에 진심으로 웃겨서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첫 시간을 마치면서 잠깐 쉬고 10분 뒤에 다시 하겠습니다. 라는 멘트 후에 약간의 떨림도 느꼈습니다. 그만큼 긴장했던 거죠. 그런데 쉬는 시간에도 이어지는 채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자 떨림은 재미로 바뀌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나오는 음악 이야기, 선곡 취향 이야기 등등의 잡담은 그야말로 대면 강의에서의 쉬는 시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부터 강의 그만하고 계속 이렇게 잡담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아! SIRI나 빅스비가 아니셨군요!

이후 시간은 첫 시간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고 리드미컬하게 진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이 문장을 쓰면서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습니다). 2번째 3번째 시간까지 무사히 마쳐졌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던 부분은 생각보다 시간 조절이 잘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준비해간 내용이 모두 마무리되고 인사를 할 무렵 PM님의 진행으로 모두가 카메라를 켜는 순간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27개의 창이 켜지자 오랜 친구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아, 내가 이분들과 3시간을 함께 했구나!'라는 당연한 생각이 왜 감동을 주었는지는 지금도 약간의 미스터리입니다.


랜선 저편에서 함께 해주신 PM 영웅님과 데잇걸즈 4기 분들!


ps1. 특강 다음 날 PM님으로부터 수강하신 분들의 후기를 공유 받았습니다. 진짜... 어휴... 이런 아이 같은 감동을 느끼게 될 줄 몰랐습니다. 강사분들께서 수강후기나 톡 메세지 등을 캡쳐해서 공유하시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런 저런 진심어린 후기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파워커리 아니고 파워쿼리입니다! 커리는 음식입니다요!)
ps2. 저 특강 이틀 뒤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분석 프로젝트의 피드백을 드리기 위해서 또다시 온라인으로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데 다시 만날 생각하니 설레였습니다. 또 인연이 있겠죠? 



에필로그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앞으로 더 늘어나겠죠. 프로 강사님들이야 온라인이어도 어련히 멋지게 잘 해내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오프라인과는 또 다른 맥락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스운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온라인 강의를 잘하기 위해서는 '마리텔'을 다시 보기 해야겠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 비하면 소통의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장단점이 두드러질 수 있는 플랫폼이니 그것에 맞게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백주부님처럼 능수능란하게 되도록.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들이라면 '리액션'을 잘해주시는 것이 강사로부터 좋은 강의를 뽑아내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리액션은 중요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더욱더 귀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작 3시간 특강 다녀와 놓고 너무 요란 떠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느낀 바도 많고 생각거리도 많았던 경험이라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이 터널에서 서로 손잡고 벽 더듬어가며 잘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업무를 위한 엑셀과 도구들을 많이 연구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려고 합니다.

여러 좋은 자리에서 많은 분을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데잇걸즈 4기 여러분들의 화이팅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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