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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반장 Jul 12. 2022

빠른 출고와 정확한 재고를 위한 노오오오력

물류 블로그 #1


온라인 주얼리 편집샵 아몬즈를 운영하고 있는 비주얼에 합류한지도 벌써 9개월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얼리 생태계를 혁신하겠다는 비주얼의 비전(World-changing Jewelry Ecosystem)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풀필먼트팀장(GFM Lead: Global Fulfillment Team Lead)으로 물류 분야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과 실행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자 기록합니다. 부끄러운 판단 착오와 실패도 많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기록이 되어줄 수 있고, 또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몬즈 주얼리 풀필먼트의 성장 일기를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실행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생각하면서 느끼게 된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짧은 글을 공유했었느데 어떤 방향을 향해서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세계 최초 주얼리 풀필먼트가 시작되고 있는 비주얼 글로벌 허브!


아무리 터져도 빠르게 출고하고 정확하게 재고를 관리하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서 하던 거래는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으로 이동하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도구가 컴퓨터에서 모바일로의 진화로 생기는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폭발력'입니다. 목 좋은 자리에 있는 상점이든, 유명 백화점에 있는 매장이든 방문자 수와 판매하는 상품 수는 한정적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의 수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가 무한에 가깝습니다. 물론, 물을 떠다가 팔지 않는 이상 상품까지 무한할 수 없겠지만 그것마저도 무한한 것처럼 만드는 것이 운영 조직의 역량이기도 합니다.

이 무한한 폭발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많은 영역에서 처절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 중 '물류'는 이 대폭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상처 입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하루에 100 건의 주문을 출고 처리하던 물류센터에 어느 날 네이버 메인 화면 노출로 하루만에 10만건의 주문이 몰려도 어제와 다름 없이 포장해서 출고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이야기이지만 현장에서는 미칠 노릇입니다.

병주고 약주고, 상처내고 마데카솔 발라주고 하는 나날들이 반복되는 와중에 여러 부서에서 정확한 재고를 알려달라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날아듭니다.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을 볼 수 없던 서자의 기구한 팔자와 같이 이커머스 시대를 살아가는 물류인의 숙명입니다. 그 어떤 폭발에도 담담하게 물건을 흐르게 하고, 늘 정확한 상황을 유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차트의 단위가 '만 박스' 입니다. 1년에 30만박스가 아니라 30억박스의 물동량이고 2년 전 실적입니다.



출고는 결과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빠른 출고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이 사건은 재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래 퀴즈 같아요!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몇 킬로그램 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 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되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회에서 입사 후  첫번째 사건을 맡은 신임 변호사 우영우가 사건 분석 후 선임 변호사에게 분석 보고를 하는 장면의 일부 대사입니다. 살인미수 사건에서 적당히 하면 좋게 좋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사건의 본질, 그리고 변호사의 역할이 거기에 있지 않다는 것을 또박또박 어필하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고래 얘기에 심취하는 앞으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변호사

이커머스의 물류의 성과는 1차적으로 출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온라인(모바일) 상거래에서의 폭발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출고를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출고 인원을 늘립니다. 

하지만 출고는 결과입니다. 인과관계(causation)를 형성하고 있는 업무 사슬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출고 자체가 원인이고 목적이 아니며, 성공했든 실패했든 출고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욕조에 물을 빨리 받기 위해서 수도 꼭지를 일찍 열어 놓거나 다른 곳의 물을 퍼 나르는 방법도 있겠지만 수도 꼭지에서 물이 잘 나오면 욕조 물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받아질 수 있습니다. 수도 꼭지에 물이 잘 나오게하려면 구조가 좋은 수전을 사용해야 하고, 좋은 수압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계량기를 점검해야 합니다. 자꾸 거슬러 올라가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시스템(System)' 이라는 주물로 찍어내는 '출고'라는 업무.

빠른 출고를 만드는 여정에서 만난 첫 번째 요소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는 시스템을 두가지로 봤는데, 하나는 도구로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물류 센터의 물리적 구조입니다.

물류 시스템은 주문관리를 위한 OMS(Order Management System), 배송관리를 위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그리고 창고관리를 위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이 핵심 솔루션입니다. 어느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 단계에 비추어본다면 WMS → OMS → TMS 순서로 직접 개발 또는 도입을 할 수 있습니다.

배송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택배 시스템에 기대서 운영할 수 있고, 온라인 몰의 주문 관리는 사방넷과 이지어드민을 위시한 여러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엑셀로 해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다음 순서를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문 물류 서비스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것이 아닌 직접 물류를 한다면 WMS는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한 달에 몇 십만원의 고정 지출을 아깝게 여기다가 그보다 몇 배 큰 재고 자산의 손실과 인력 낭비에 직면하게 됩니다. WMS를 쓰지 않는다면 보통 엑셀로 재고를 관리하시는데, 예컨데 자산가치 개당 10만원의 재고가 100개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90개밖에 없어서 10개를 손실처리한다면 100만원이 그냥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도 괜찮은 WMS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엑셀로 하는 재고 관리는 당장 멈춰야 합니다.

제가 비주얼에 합류했던 시점에는 다행히도 WMS를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사내 물류 책임자가 없었음에도 이미 훌륭한 접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WMS의 운용 수준에 깊이가 다소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운용 수준 성장 속도가 아몬즈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깨달은 때부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WMS에 설계되어 있는 데이터 구조와 운용 방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하나씩 분해해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매뉴얼을 숙지하며 공부하고, 틈날 떄마다 다른 훌륭한 창고를 견학해서 WMS 운용 방법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기능을 우리는 없어서 몰라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들이 튀어 나왔고, 프로그램에 있는 기능인데 몰라서 안쓰고 있거나 잘못 쓰고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때부터 개발사 팀장님 바짓자락을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알고 똑바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 개월 거친 뒤인 현재는 WMS를 교체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기존의 WMS가 좋지 않았다기 보다는 우리의 체계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의 기능을 적용할 떄마다 빠르고 정확해지는 변화를 목격하는 일상은 꽤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류센터 즉, 창고의 구조는 출고 퍼포먼스와 재고 정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누구나 상품에 접근하고 개인 물건과 상품이 뒤섞이고, 작업 공간에 쓰레기와 상품이 섞이고 이런 환경은 아무리 좋은 WMS를 써도 출고가 좋아질 수 없습니다.


시스템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좋은 시스템이 있으면 만사형통이 아니었습니다. 시스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출고 절차 즉, 프로세스입니다. 시스템은 아무리 뛰어나고 좋아도 결국 수동적 도구에 불과하며 그것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일하기 위해서는 절차 즉, 프로세스가 필요했습니다.

이커머스 물류센터에서 출고는 보통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1. 주문수집

2. 매칭(매핑)

3. 재고할당

4. 송장 또는 피킹지시서 출력

5. 피킹

6. 출고 확정처리

7. 패킹

여기에 DPS(Digital Picking System), DAS(Digital Assorting System) 등의 자동화 설비가 추가될 수 있는데 기본적인 업무의 흐름은 위의 순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업무 프로세스를 구분한 뒤에는 각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숙히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분석(分析)의 과정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어떻게, 왜 하는지 뜯어 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송장 출력의 경우에 택배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CJ대한통운의 CN Plus 등)이나 WMS 에서는 저마다 송장 출력에 옵션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500개의 송장을 무작위로 출력하는 것과 로케이션별로 정렬해서 또는 끊어서 출력하는 것은 꽤 큰 생산성과 정확도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당히 많은 경우에 그냥 원래 하던대로 합니다. 클릭 클릭 클릭 엔터 출력… 그리고 빠른 손놀림으로 송장 분류. 개선하기 위해서는 잠깐 멈추거나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단계에서 그렇습니다.


빠른 출고와 정확한 재고를 위해서 ERP를 도입했습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구축하고 또는 변경하는데에도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발견하고 시스템과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서 계획을 짜고 실행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비주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주얼리 플랫폼 아몬즈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마마카사르, 위아몬즈, A14, 드센슈얼, 아몬즈 금은방 등 다양한 자체 브랜드(PB)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 고급 웨딩 상품 라인업으로 무장한 아몬즈W까지 런칭했습니다. 즉, 상품뿐만 아니라 원부재료부터 시작되는 제조 업무를 하고 있었고 또, 오프라인 편집샵 아몬즈랩과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을 위한 아몬즈 쇼룸까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즉, 다른 이커머스에 비해서 다양한 라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어서 업무의 복잡도가 생각보다 높은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슬랙, 노션,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비롯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등 다양한 협업 도구들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모든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최적의 도구와 프로세스를 찾는 좋은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은 일정 규모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사업이 성장할수록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분산되고 이로 인해서 중앙에서 측정과 관리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brain storming 끝에 ERP를 도입하여 업무를 고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Squad가 꾸려졌고 부족하나마 풀필먼트 팀장인 제가 조금 앞단에서 ERP 도입을 위해서 수개월간 동분 서주해왔습니다. '출고와 재고를 책임져야 하는 물류 팀장이 왜 뜬금 없이 ERP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바코드를 비롯한 상품 정보와 품번 체계가 정립이 되지 않고 재고의 입출고 프로세스가 메신저와 저마다의 엑셀로 이루어지며 생산 공장 관리가 100mb에 육박하는 엑셀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스템은 비주얼의 더 큰 도약과 성장을 위해서는 꼭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혹시 시리즈 A 이전 또는 그 언저리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계신다면 ERP 도입을 꼭 검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아직 작아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가 아니라 '우린 아직 작아서 지금 도입해야 한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규모의 스타트업은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규모가 작을 때 더 적기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중견,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미 수십년전부터 해오던 것이었으니. 또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대기업 걱정이라고 했으니 일단 우리만 신경 씁시다.


현대 경영의 구루(guru)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라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액, 매입액 그리고 우리 회사의 재고 자산과 상품 정보를 수 분 안에 볼 수 없다면 정확한 관리와 빠른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입니다.

출고와 재고를 위한 시스템, 시스템을 위한 프로세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한 키스톤 (key stone)을 ERP로 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최초의 주얼리 풀필먼트를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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