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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반장 Sep 25. 2022

서울 안가본 놈하고 싸우기

스타트업에서 시니어로 살아 남기

서울 가 본 놈하고 안 가 본 놈하고 싸우면 서울 가 본 놈이 못 이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 분야 경력이 있는 상태(경력직, 시니어)로 스타트업에 합류한 후 겪는 큰 벽이 바로 이 속담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해는 동쪽에서 뜹니다' 라고 말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해가 왜 동쪽에서 뜨죠? 근거는 뭐죠? 설명해주세요
저번에 월미도에 놀러 갔는데 해가 거기서 뜨던데요? 해는 서쪽에서 떠요
제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지구는 평평하고 해는 뜨는게 아니라 지구 주변을 도는 거래요
제가 SQL이랑 파이썬 배워서 데이터 분석해봤는데 남쪽에서 뜨는 것 같아요.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보니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론적 근거와 함께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논리적이지 못해서 이상한 주장하는 사람 취급받기도 합니다. 설득과 논쟁의 대상이 되는 명제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치열한 공방이 오가게 되면 스스로 알고 믿고 있던 것도 의심하고 자신감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일은 더 꼬여만 갑니다.



이런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하더군요. 인지 편향(認知偏向, Cognitive bias)의 하나로서,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도 능력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충격을 받는 순간은 내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전문적이지 못하고 인지 편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정책과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에 따라서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상황은 슬프지만 일반적이고 하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예정된 일이니, 의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밸런스를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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