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즐겁더라

순간을 즐기는 법

by 박톰자몽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저녁 10시 40분쯤 되었는데, 집으로 가는 택시가 안 잡혔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결국 버스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 왔고, 처음 타는 버스에 승차하여 집까지 향했다. 평상시 집 근처가 종점인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내 몸은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착각을 하고 말았다.


내가 우리 집을 지나친 것을 깨달았을 때는 겨우 한 정거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경계가 바뀌는 곳까지 와버렸다. 부랴부랴 내렸는데 엄청 추웠다. 그리고 하늘에선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내 마음을 달래준 것일까? 뽀드득 소리를 내며 뚜벅뚜벅 걸었다.


평소에 이런 실수를 했다면 엄청 놀랐을 텐데 어제는 마음의 동요가 없이 편하기만 했다. 그냥 눈이 내리는 그 순간을 즐겼다. 세상의 고요함을 즐겼다.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 편의점에 도착했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잔뜩 사서 들어갔다. 즐거운 기분이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결국 우리에게 즐거운 기분이란 건 별거 없는 거 같다. 이렇게 실수를 해도 즐거운 기분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 박톰가 자몽 찰나의 생각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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