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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 Kim Mar 04. 2021

10년 후를 위한 도전

자동차와 반도체

10년 전에 자동차와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느껴진다. 2010년엔 환경차 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말하는 것이었고 테슬라는 흥미로운 스타트업으로 치부되었다. ADAS (Advanced Driving Assistant System)은 일부 고급차에 옵션으로 여겨졌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자동차 업계도 큰 변화를 맞이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환경차보다는 연비 좋은 일반 파워트레인 부류로 간주되고, 환경차 하면 전기차가 떠올리게 되었고, 더불어 수소  연료 자동차가 가시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기존 럭셔리 위주의 하이 엔드 (High-end)에서 모델 5, 모델 3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대중차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에 따라 계속되던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ADAS도 거의 모든 신차에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무인차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각 자동차 회사는 단계를 밟으면 완전한 무인차에 다가가고 있다. 역시 테슬라는 무인차 기술 영역에서도 항시 연결된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SOTA, Software-Over-The-Air)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무인차 소스트웨어를 개발하고 실제 차량에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빠른 시간에 레벨 3의 무인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전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자로서, 일본 자동차 업계는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프리우스는 10년 넘은 기술 성숙도를 바탕으로 높은 연비와 훌륭한 성능을 제공하여 많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후발 주자인 혼다도 독자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나름의 철학을 가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다. 반면에 한국 자동차 회사는 하이브리드 후발 주자로써 기존 기술과의 차별을 가지면서 경쟁력 있는 연비를 제공해서 시장을 확보하고자 했다. 나름 2위 그룹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지만 높은 벽을 실감하기 일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달라진 느낌이다. 10년 전에 씨를 뿌린 전기차와 그전부터 토대를 다진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면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지동차부터 쌓아온 배터리 기술과 차량 연비 향상 기술은 전기차 영역에서도 빛을 발해서, 더 이상 일본 업체가 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연료전지는 다수의 해외 업체에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기술 선도를 인정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10년 전에 뿌린 기술 개발의 씨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10년 전은 갈림길이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개발 사이에, 엔지니어와 제품 기획 사이에, 한국과 해외 사이에서. 결국 해외에서 엔지니어로써 하이브리드뿐만 아니라 전기차, 데이터 영역까지 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길을 후회하진 않지만,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긴 안목으로 묵묵히 일한 후에 수확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생각해본다.

다시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해본다. 자동차와 반도체 사이에, 엔지니어와 기획자 사이에, 한국과 해외 사이에 고민하는 현재이다. 지난번과 같이 결정이 100% 내 의지로만 될 수 없는 걸 알지만, 한 가지 확실한 목표는 있다. 10년 뒤에 다시 지금과 같은 비교를 하면 자동차는 과거 10년보다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차와 더불어 무인차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자동차에 개념, 운전자가 운전대 뒤에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바꿀 것이다. 전기차가 배터리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했듯이, 무인차도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나의 위치는 이 두 영역, 자동차와 반도체의 교차점에 있다. 여기에서 씨를 뿌리고 있고 10년 뒤에 있을 수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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