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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 Kim Mar 08. 2021

영국 주택 탐험기

Guesthouse, Flats, and Terraced house

새로운 곳에 가면 '집'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잘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기 위한 기점이자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적응하기 하느라 지친 심신을 종점이기도 하다. 도착해서 잠시 머문 게스트하우스부터 정원이 있는 작은 집까지 영국에서 머문 여러 가지 집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게스트하우스 (Guesthouse)

영국에 처음 도착해서 저녁 늦게 게스트하우스에 간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두운 저녁에 무거운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간 기억은 좋지 많은 않았다. 브렌트우드 게스트하우스는 세미 디태치드 (Semi-detached) 형식의 전형적인 주택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세미 디태치드 하우스는 단독 주택인 디태치드 (Detached) 하우스를 절반으로 나눠서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주거 형태이다. 이 경우에는 한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방에 그리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운 좋게 저녁에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아침은 물론 영국식 조식 (English Breakfast)이 제공됐다. 한 달 남짓 게스트하우스 생활은 월세 집을 구하면서 마무리됐다.


플랫 (Flats)

영국에서 동료들과 한국의 주거 문화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파트하고 전세 제도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전세는 영어 단어도 없어서 2년 장기 렌트 (Lease)로 이해를 시켜도 어떻게 월세 없는 제도가 유지되는지 이해는 못하는 눈치다. 설명을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제도가 유지되는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아파트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런던 같은 대도시에는 주거난 때문에 아파트가 늘어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3층 내외의 플랫 이상의 아파트를 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가 10층 정도였다. 참고로 살던 동네는 런던 시내는 아니지만, 수도권 정도가 이 정도였다.

처음으로 구한 집은 플랫이었다. 플랫은 우리나라로 치면 빌라와 유사하게 3층 내외의 건물에 한 층을 사는 것이다. 당연히 주택보다는 부담이 적고, 월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처음 4년을 플랫에서 살았다. 영국의 많은 플랫들은 1980년대 마가렛 대처 (Margaret Thatcher) 시대 서민 주택 공급 정책으로 공공 임대 주택 형태로 많이 공급되었다. 지방 자치 단체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월세를 내서 사는 형태였고, 그 이후에 민간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일반 주택처럼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사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단지, 예상할 수 있듯이 층간 소음이 문제였고 예상 밖으로 우리 가족이 대체로 피해자였다. 첫 번째 플랫은 이웃집이 문제였다. 가끔씩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그런가 보다 지나던 어느 날 자정쯤에 소리가 커지더니 쿵쾅쿵쾅 소리가 크게 들리고, 문틈으로 조심히 바라보면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잠잠해졌다. 문을 열어 보니, 건너집 문이 부서져 있었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로도 몇 번 큰 소리가 들렸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사를 갔다.

두 번째 플랫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주위 환경이 가족 친화적인 동네로 정했다. 한 건물에 여섯 가구 정도 살고 관리사무소가 집을 관리해줘서 한국 아파트 문화와 유사하다. 아래층의 새해 파티 소음을 그러려니 이해하고, 1층에 퀴퀴한 냄새가 사실 마리화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쯤에 집을 살 결심을 하게 됐다.



테라스 하우스 (Terraced house)

집을 알아보면서 깨달은 것은 다양한 주택형태가 있다는 사실이다. 단독주택인 Detached house, 한국에서는 땅콩주택이나 듀플렉스로 불리고 집 한 채를 옆으로 두 가구로 나눈 Semi-detached house, 위아래로 나뉜 Maisonette, 세 채 이상으로 옆으로 나뉜 테라스 하우스가 있다. 주어진 예산에 적합한 테라스 하우스를 선택했다. 테라스 하우스는 정원도 있고 두 개 이상의 방에 천장 다락이 있어서 한 가족이 생활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아파트와 가장 다른 점은 주택은 확장이나 구조 변경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정원이 있는 경우 아래 그림과 같이 간이로 확장하는 Conservatory를 많이 하고 다락을 확장하여 공간을 넓히기도 한다. 우리 집의 경우 Conservatory로 정원 확장이 되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꽤나 운치가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지인들과 바베큐를 하기에  적합한 정원도 있다. 아마 정원이 없었으면 코로나 시대에 락다운(Lockdown)이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테라스 하우스

마무리

7년 간에 영국 생활 동안 다양한 주거 문화를 거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파트는 주어진 공간을 인테리어만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주택은 공간 사용의 자유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주택 생활이 관리 때문에 불편하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자유를 누리려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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