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 뻐근한 이유, 마음에게 묻다

내 얼굴에 침 뱉기를 멈추고 관찰자가 되기로 한 날

by 빌로드


도서관의 정적 속에 앉아 있다 보면,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내 몸의 소동들이 선명하게 들려온다. 오늘 내 몸이 내게 말을 걸어온 곳은 바로 '왼쪽 턱'이었다. 입을 벌릴 때마다 삐걱거리는 그 뻑뻑한 통증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내 마음 어딘가가 꽉 막혀있다는 경고등처럼 느껴졌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소진아, 너 지금 무엇을 그렇게 꽉 깨물고 있니?"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보니, 그곳엔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억울함이 독처럼 고여 있었다. 나는 최근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그로 인해 내 삶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증명하는 데 골몰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알아달라는 처절한 호소였지만, 그 방식은 결국 내가 그토록 혐오하던 엄마와 언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엄마가 친척들에게 내 욕을 퍼부을 때, 언니가 형부의 흉을 볼 때, 나는 그들이 자기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고 비웃었다. 그런데 정작 나 역시 '피해자'라는 완장을 차고 똑같이 침을 내뱉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를 이상한 인간으로 만들수록 나는 '이상한 인간과 사는 더 불쌍한 여자'가 될 뿐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외면한 채로 말이다.


턱이 뻐근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타인을 비난하며 나를 높이려는 그 에너지의 마찰이, 차마 입 밖으로 다 내뱉지 못한 비겁한 진실들이 내 턱관절 사이에 끼어 근육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엠패스(Empath)로 산다는 것은 타인의 에너지를 읽는 것만큼이나 나의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타인에게 이해받으려 애쓰는 대신, 내가 먼저 나의 고통을 알아주기로 했다. 남편을 '이상한 인간'으로 규정해버리는 펜듈럼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그저 그를 있는 그대로의 관찰 대상으로 두기로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가장 먼저 공격한다. 내 턱의 통증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이자, 이제 그만 무거운 비난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영혼의 다정한 권유였다.


오늘 나는 도서관 창가에 앉아 턱의 긴장을 푼다. 그리고 억지로 증명하려 했던 나의 의로움을 내려놓는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 타인의 동정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비로소 턱 끝이 가벼워지며, 숨이 깊게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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