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남기는 마지막 문장
흙에 남기는 마지막 문장
언젠가 시간이 흘러, '조영빈'이라는 내 이름 석 자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좋다.
나는 차가운 돌 비석 위에 이름을 남기는 대신,
따뜻한 흙 속에 이야기를 심고 떠나고 싶다.
내가 떠난 뒤에도 이 정원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꽃은 피고 질 것이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었던 아이가 흙장난을 하며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평생을 앞만 보고 달리다 지쳐버린 어르신이 나무 벤치에 앉아 편안한 숨을 내쉬며,
서먹했던 가족이 함께 감자를 캐며 다시 손을 맞잡는 풍경.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씻겨가지 않을 그 따뜻한 풍경들이 이 흙 속에 거름처럼 남아,
누군가의 차가운 겨울을 데워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물리적인 집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쉴 수 있는 '생명의 품'이라는 것을.
나의 마지막 날,
나는 하얀 병실 천장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빛 아래,
혹은 내가 심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것이다.
흙 묻은 손을 털며, 가장 편안한 얼굴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버지, 말씀대로 집에 왔습니다. 참 따뜻하고 좋은 집입니다.“
나는 치유농장에서 나이 들기로 했다.
이것이 내 삶의 결론이자,
이 흙에 남기는 나의 마지막 사랑이다.
조영빈, 『나는 치유농장에서 나이 들기로 했다』를 마치며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