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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은 경계가 있을 때
비로소 오래간다

가까울수록 무례함이 스며드는 순간을 더 잘 포착해야 한다

by Billy

가까운 사이에서는
경계선이 더 필요하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관계의 본질은 늘 이 역설 안에 있다.


멀리 있을 땐 조심스럽고,
가까워질수록 무뎌진다.
배려라는 온도는 줄고
당연함이라는 온도가 스며든다.


친밀함은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지만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그 따뜻함은 금세 불편함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가까워질수록
상대가 나의 취약함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고,
나의 무심함도 용서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작은 무례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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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조금 거칠어지고,
요청이 당연함이 되고,
침묵이 배려가 아니라 회피로 변한다.


이런 변화들은 겉보기엔 사소하지만
관계 깊은 곳에는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이 균열이 바로 관계의 틈이다.


이 틈은 큰 사건에서 생기지 않는다.
대부분은 ‘조금 더 해도 괜찮겠지’라는
작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감정의 흔적도 여기에 남는다.
사소한 순간이 오래 남고,
무심한 표현이 깊게 박힌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흔적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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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온도 역시
이때 크게 변한다.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던 관계가
갑자기 뜨겁거나 차가워지고
그 온도 변화가

다시 관계의 흐름을 뒤틀어 놓는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를 지키는 일은
멀리 있는 사람보다 더 섬세해야 한다.


경계선은 벽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온도의 조절이다.
“여기까지가 너고,
여기까지가 나다.”
이 인식이 있어야
친밀함이 관계를 파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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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은 의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 관계의 편안함이
관계의 예의를 조금씩 밀어낼 때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상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 순간,
말의 끝이 조금 달라지는 순간,
이전에는 없던 거리감이 생기는 순간.


그 작은 변화들이
관계가 보내는 경고음이다.

가까울수록 경계가 필요하다.


경계가 있어야
친밀함이 오래 머물고
존중이 흐르고
사람의 온도가 적당히 유지된다.



관계를 지킨다는 건
거리감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적정 거리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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