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빨리 달려갈 때,
그건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서두름은 설렘이 아니라 상처의 방어일 때가 많다
마음이 빠르게 움직일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느낌이 달라.”
“이상하게 빨리 편해.”
“이건 운명 같아.”
하지만 마음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때는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이 감정이 정말 새로운 시작인지,
아니면 과거 상처의 반작용인지.
빠른 애착은
항상 건강한 신호는 아니다.
때로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새로운 관계를 통해
급하게 자리를 바꾸는 과정일 뿐이다.
상처는
고요할 때보다
빈자리가 생겼을 때
더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감정에
너무 빠르게 몸을 싣는다.
관계의 틈은
이 속도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보다
서로에게 기대는 속도가 앞서면
관계는 아직 단단해지기도 전에
무게를 견뎌야 한다.
감정의 흔적도
여기서 문제를 만든다.
지금 느끼는 강한 끌림이
사실은 이 사람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잃었던 기억,
버려졌던 순간,
혼자 남겨졌던 감정에 반응하고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사람을 통해
위로받으려는 것이다.
사람의 온도 역시
이때 과열된다.
처음부터 너무 뜨거운 관계는
안정되기보다
빨리 소모된다.
온기가 아니라
불안이 불을 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두름은
치유의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방어다.
다시 아프지 않기 위해
빨리 붙잡고,
빨리 확신하고,
빨리 안심하려는 마음의 움직임.
그래서 빠른 사랑일수록
확인을 요구하고,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조금의 흔들림에도
크게 반응한다.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마음이
관계에 기대어
스스로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계는
마음을 급하게 몰아가지 않는다.
천천히 알아가고,
천천히 기대고,
천천히 신뢰를 쌓는다.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상처가 주도권을 잡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너무 빨리 움직일 때
우리는 잠시 멈춰야 한다.
“이 감정은 지금의 사람에게서 온 걸까,
아니면 과거의 나를 달래기 위한 걸까.”
이 질문을 피하지 않을 때
관계는 덜 불안해지고
사랑은 더 단단해진다.
사랑은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함께 걷는 일이다.
그리고 함께 걷기 위해서는
마음의 속도를
한 번쯤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빠른 애착은
새로운 시작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과거 상처가 만든
가장 교묘한 착각이다.
서두름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만날 준비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