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천천히 알아가는
사람만이 오래 함께한다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는 사람만이 오래 함께한다
관계는
얼마나 빨리 가까워졌는가로
유지되지 않는다.
관계는
서로의 리듬을 얼마나 오래 맞출 수
있었는가로 남는다.
사람을 빨리 아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는
대개 정보가 빠를 뿐이다.
취향을 알고, 과거를 알고, 상처를 알고
마치 다 안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사람은
정보로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은
시간 속에서 드러난다.
천천히 알아간다는 건
거리두기가 아니다.
무심함도 아니다.
상대를 급하게 규정하지 않겠다는
아주 적극적인 태도다.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 다음에 반응하는 것.
이 느린 순서가
관계를 안정시키는 핵심이다.
관계의 틈은
대부분 이 순서가 뒤집힐 때 생긴다.
이해하기 전에 반응하고,
관찰하기 전에 판단하고,
알아가기 전에 기대할 때
관계는 흔들린다.
천천히 알아가는 사람은
상대를 서둘러 해석하지 않는다.
지금의 말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믿지 않고,
오늘의 반응이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정의 흔적도
다르게 쌓인다.
빠른 관계는
강한 흔적을 남기지만
불안정하게 흩어진다.
느린 관계는
작은 흔적이지만
겹겹이 쌓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의 온도 역시
이 과정에서 맞춰진다.
처음부터 뜨겁지도,
갑자기 식지도 않는다.
서로의 속도를 살피며
과열되지 않게,
식어버리지 않게
온도를 조절한다.
이게 바로
리듬이다.
리듬이 맞는 관계는
조용하지만 안정적이다.
말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고,
잠시 멀어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서로를 붙잡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알아가는 태도는
사랑이 적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오래 가져가고 싶기 때문에
선택하는 방식이다.
급한 마음은
관계를 빨리 만들 수는 있어도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느린 태도는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사람은
서둘러 알수록
쉽게 실망하고,
천천히 알수록
깊게 이해한다.
관계는
속도로 증명되지 않는다.
함께 만들어낸 리듬으로 증명된다.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 다음에 반응하는 사람.
그 느린 과정 속에서
사람은 안전해지고,
관계는 비로소 숨을 쉰다.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는 태도는
관계를 늦추는 선택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살리는 선택이다.
그리고 오래 가는 관계는
항상
이 느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