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서 발등으로, 손가락에서 손등으로
그 자리에 거미가 죽어있다
거미줄로 엉기어서
발가락에서 발등으로
손가락에서 손등으로
서로 엉기어서
가만 보고 있으려니
거미 한 마리가 죽은 게 아닌 것도 같고
거미 두 마리가 죽은 게 아닌 것도 같고
머리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발가락으로 굽어져서
그 거미의 손가락인지
저 거미의 손가락인지
엉기고 얽히고 뒤얽혀서
한 번쯤 너를 안아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여덟 개의 다리로 너를 옭아매고
겹겹이 쌓은 거미줄로 너를 속박하는 것이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어차피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이 순간뿐이라면
나는 거미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