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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n 20. 2024

원했던 직무를 경험해 보면

6.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_ (5-2) 대기업 디자인실 아르바이트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6/20 업로드


6-(5-2) 원했던 직무를 경험해 보면 _ 대기업 디자인실 아르바이트


퇴사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원했던 직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빈아_하루 8시간을 써야 한다면 적어도 내가 관심 있는 직무여야 하지 않을까?

('MD' 글자가 띄워져 있고, 빈아가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나를 설레게 했던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한번 더 기대 보기로 했다.

('디자인' 글자로 방향을 돌리는 빈아.)


그렇게 패션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한 곳에서 1개월, 다른 곳에서 3개월, 총 4개월간 일했다.

팀원분_빈아야, 내가 여기 소개해줄게. 거기서 더 일할래?

빈아_네! 안 그래도 한 달은 너무 아쉬웠거든요. 감사합니다!

(팀원분이 빈아에게 다음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


대기업과 디자인실, 이 두 가지를 경험해 보고 느낀 건 크게 3가지였다.

('대기업'이라고 써진 건물에 '디자인실' 칸이 보이고, 빈아가 앉아있다.)


첫 번째로, 대기업은 아주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과 명예,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는 시스템 속에 있다 보니 경험의 폭이 좁았고,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는 태도가 깔려 있어 오히려 새로움과 거리가 멀었다.

팀원분_아 그거요? 그건 MD 팀에 물어보세요. 제 담당이 아니에요.

(팀원분이 전화를 받고 있다.)


두 번째로, 확실히 나는 디자인 직무에 흥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원단을 만지고, 그 원단을 옷으로 탄생시키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이 하나같이 재밌었다.

(원단을 만지며 미소 짓는 빈아.)


마지막으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을 하는 것보다 '함께 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내 목표를 회사원으로 기울게 했던 4개월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일하는 빈아.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결국 대기업도 디자인실도 내게 정답은 아니었다.

팀원분(두 번째 회사)_빈아야, 6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데 얼마나 일할 거야?

빈아_고민해 봤는데 3개월까지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로 고민을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팀원분과 빈아가 대화하는 모습.)


 퇴사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원했던 직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하루 8시간을 써야 한다면 적어도 내가 관심 있는 직무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실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학창 시절부터 아직까지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이니까.


 내가 지원했던 곳은 패션 분야에서 대기업의 입지를 다진 곳으로, 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도 아는 회사였다. 그 회사가 갖고 있는 브랜드가 여럿 있었는데, 나는 그중 남성복 디자인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은 계약을 통해 한 달씩만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곳이었다. 그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오히려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었기에 부담 없이 일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심히 일했던 덕에 팀원분의 소개로 다른 대기업에서 3개월을 더 일할 수 있었다.


 대기업과 디자인실, 이 두 가지를 경험해 보고 느낀 건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로, 대기업은 아주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과 명예, 탄탄한 체계가 있기에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 다니는 사람들도 물론 그들만의 고충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중소기업의 사람들과는 다른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회사를 둘러싸고 있었고, 사회 초년생인 내게 그 모든 것은 혹할 만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인원이 많은 곳인 만큼 일이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어 본인의 업무 외에 다른 사람의 업무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곳이었다. 그리고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는 태도가 깔려 있어 혁신, 새로움과 거리가 멀었다. 추가로, 이건 대기업만이 가진 단점은 아닌데, 대기업도 역시 오래 다닌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고여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두 번째로, 확실히 나는 디자인이 재밌다는 것이었다.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을 하고, 그것을 옷으로 탄생시켜 사람들이 입는 모습을 보는 전반적인 과정이 하나같이 재밌었다. 물론 아르바이트의 입장에서 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들만 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옷감을 만지며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때론 하루, 아니 한 달을 살게 할 정도로 크게 다가왔고,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그것을 하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내 목표를 회사원으로 기울게 했던 4개월이었다. 사실 이건 자라오면서 계속 느꼈었지만, 실무에서 경험한 건 또 처음이었으니 몰랐던 나를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대기업도 디자인실도 내게 정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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