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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n 14. 2024

20대의 한가운데

6.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_ (5-1) 퇴사 후 한 달간의 자유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6/14 업로드


6-(5-1) 20대의 한가운데 _ 퇴사 후 한 달간의 자유


'키보드 위에 올려진 작은 내 손이 보인다.'

(빈아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퇴사를 하고 나니 한여름이었고, 나는 20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20대의 시간을 나타내는 선 위에 빈아가 서 있다.)


뭐라도 해야 할 듯싶어 주간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그때 썼던 문장 중 하나다.

(여름의 배경. 빈아가 글을 쓰다 창 밖을 바라본다.)


내가 생각했던 20대의 나는 그 작은 손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많은 것'이라 함은 스스로를 가득 채울 만큼의 성취를 느끼며 주변인들 사이에서 자랑스럽고도 부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빈아.)


그게 전부였던 때였고, 취업만 하면 그 전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는 빈아의 손 클로즈업. 빈아보다 물건이 크다.)


그러나 그건 되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던 경험으로 남았고, 그렇게 퇴사를 택했다. 그리고 덕분에 약 한 달간 짧게나마 자유를 누렸다.

(빈아가 손에 쥔 물건과 비슷한 것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선택지가 그것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나는 그 시간을 다시 시작하기 전 준비를 하는 용도로 쓰지 않았다.

(창문을 여는 빈아.)


그 어떤 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글을 쓰고 여름의 공기만을 느끼며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 썼다.

(바람이 불어오고, 빈아가 눈을 감고 바람을 맞는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도 다시 일로써 바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약간의 긴장감과 과거가 준 차분함을 가진 상태로.

빈아_내 손, 생각보다 작지 않은 걸.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웃는 빈아.)


 퇴사를 하고 나니 무더운 한여름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고, 그때의 나는 20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뭐라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싶어 블로그 주간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주간 일기라는 걸 쓰면서 근 일주일을 돌아볼 때마다 느꼈던 건, 단조롭다 느낀 삶 속에서도 내가 진짜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있는 걸 못하는 사람임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도 있었다. 늘, '바쁜 나'는 '바쁘지 않은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이 혼란스러워지고 속이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때 내가 썼던 글이 궁금해서 다시 읽어보니, 이런 표현이 눈길을 붙잡았다.


 '키보드 위에 올려진 작은 내 손이 보인다.'


 내가 생각했던 20대의 나는 그 작은 손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많은 것'이라 함은 스스로를 가득 채울 만큼의 성취를 느끼며 주변인들 사이에서 자랑스럽고도 부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그게 전부였던 때였다. 스스로를 포함한 그 누가 보더라도 바쁘고, 즐겁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알찬 삶. 그게 취업만 하면 이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그때 그 상상 속의 나와 결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바라던 모습이냐 하면 할 말이 없는데, 바라는 모습이냐 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간일기 말고도 진짜 그 '뭐'라도 하려고 첫사랑을 주제로 한 공모전에 글을 한편 냈었는데, 되려 스스로의 부족함만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글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점이 한없이 높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내게 쌓여 있는 게 한참 부족하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꼈다. 같은 상황을 표현해도 여러 가지 단어를 쓸 수 있는 게 글이다. 20대의 한가운데 서있는 나는 학창 시절만의 감성도, 깊은 어른의 필력도 없었다. 지금도 그때와 퍽 다르지 않다. 그저 담담히 적어 내려갈 뿐, 내 글이 마음에 들기란 참 쉽지 않다.


 그렇게 서툴게 끄적이는 행위와 여름이라는 계절 내음에만 몰입해 한 달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도 다시 일로써 바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길 멈추었더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회복된 것이다. 그게 바로 내 오랜 숙제의 정답이었다. 만병통치약을 멀리서만 찾고 있었는데, 그저 찾기를 멈추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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