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도 훌쩍 넘은 친구들과 처음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왜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냐면,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왔기도 했고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 보니 워낙 자주 보는 사이였다. 그러다 다들 성인이 되고 나니 사는 곳도 달라지고 하는 일도 달라서 시간을 맞추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몇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았고, 그중 한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더더욱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우리가 정한 여행 장소는 경포해변이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여행은 '바다' 보러 가자는 설레는 단어로 시작하지 않을까. 우리의 여행 역시 함께한다는 의미에 바다라는 장소가 더해져 설렘이 증폭됐다. 같이 맛있는 걸 먹고, 멋진 것들을 보고, 같이 자고, 대화도 끝없이 나누면서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자라왔고, 어떻게 이 관계를 이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오래된 친구'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오래된 친구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며 서로의 성장 과정을 봐 온 사이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미리 알아챌 수 있고 그것을 덤덤히 물으며 확인할 수도 있는 관계이다. 나의 요구 또한 무던히 할 수 있는 신뢰가 있고, 우정이라는 단어 아래 깨닫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나눌 수 있으며, 그 끝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귀한 인연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경험은, 아무래도 함께라면 언제든 어린 시절의 우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결국, 우리는,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서서히 변하거나 어떠한 큰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있어도, 가지고 있는 본성은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것. 그래서 그 깊숙한 것이 비슷하거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여야지만 인연을 오래 이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여행만 한 게 없고.
훌쩍 다가온 시원한 계절에 오래된 인연과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깨닫게 될지 기대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