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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Sep 26. 2024

무뎌짐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9/26 업로드


한때 소중히 여겼던 무언가를 서서히 무딘 감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빈아가 작은 함을 열어보며 안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본다.)


분명 그것 없이는 안 됐는데. 분명 많이 좋아했는데.

(함에 얹어진 빈아의 손 클로즈업.)


그것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다루며 함께 떠오르는 추억들까지 기억하려 애썼는데.

(함 옆에 작은 꽃들이 놓인다.)


감정이 무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고, 살다 보니 더 중요한 것이 생겨서, 즉 우선되는 순위의 무언가가 나타나서일 수 있다.

(꽃이 점점 시든다.)


혹은 진했던 감정이 편안함에 이르러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먼지가 쌓인 함. 함 쪽에서 바라본 빈아의 뒷모습.)


그러나 우린 그렇다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 부정을 너무 쉽게 한다.

(함의 존재를 자각한 듯 뒤돌아 보는 빈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먼지가 쌓인 함을 보고 놀란 표정.)


그러나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티슈로 먼지를 닦는 빈아.)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것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우선이 될 것들에게까지 두려움을 앞세워 거리를 둘 수 있다.

(꽃이 시든 자리에 다시 새싹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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