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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Oct 04. 2024

사람 사는 곳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10/04 업로드


아주 가끔씩 사람 냄새가 나는 곳에 가있고 싶을 때가 있다.

(집 밖을 나서는 빈아.)


예를 들면, 동네에 적당한 크기로 있는 시장이나

(동네 시장에 들어와 구경하는 빈아.)


귀여운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는 빈아.)


햇살이 따사로이 들어오는 주말 오후의 버스 창가 자리.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햇살을 받는 빈아.)


그렇게 누군가의 존재를 통해 나도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또 하나의 존재인지 확인하거나

(버스 창 밖에서 바라본 빈아.)


거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 나를 자각하며 상반된 고독을 즐길 때,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빈아의 얼굴 클로즈업.)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사람 사는 곳인지 확인될 때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살아갈 이유를 얻곤 한다.

(미소 짓는 빈아.)


 나는 '집 근처에 산책할만한 곳이 있는가'가 자취방을 구하는 데에 가장 큰 고려사항이었다. 그것이 있음으로 인해 내게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사람 냄새를 맡으러 나갈 수도 있다는 것.


 시끌벅적한 곳보다 조용한 곳을, 사람이 많은 곳보다 적은 곳을 더 선호하지만, 사람 냄새가 아주 적당히 나는 곳은 좋아하는 편이다. 동네에 작고 알차게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나 귀여운 아이들이 꺄르르 거리며 뛰어노는 놀이터, 정거장마다 한두 명씩 타고 내리는 버스의 햇살이 잘 드는 자리.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존재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스스로도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면 결국 나도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일 뿐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어렵게 살 필요 없이 그저 살아가면 된다는 답을 얻는다. 그리고 내가 보는 풍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느끼는 고독감 역시 살아갈 이유가 된다. 그 고독을 통해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땅, 내가 올려다보고 있는 하늘,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감싸고 있음이 느껴지면서, 그걸 함께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이곳에 있는 내가 이 모든 걸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즉, 사람 사는 곳을 찾아 나섰으나, 그 '사람'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 앞으로도 계속 내가 추구하고 바라고 만들어나가야 할 나의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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