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아 Oct 18. 2024

표.사.직을 마치며

7. 표현을 사랑하는 게 직업입니다 _ (2)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10/18 업로드


[표현을 사랑하는 게 직업입니다]는 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빈아와 백야가 정면을 바라보고 독자에게 얘기하고 있다. 저 뒤에서 종이들이 날아온다. 빈아, 가방을 메고 있다.)


제가 글을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준 역할을 했어요.

(날아온 종이들이 빈아 앞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빈아의 메모장]과 [살아가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심을 하게 했습니다.

(그 위에 올라타는 빈아.)


여러모로 인스타툰을 시작하길 참 잘했고, 지금까지 해온 것도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계단을 밟듯 종이들일 밟고 위로 오르는 빈아.)


이렇게 살아온 이야기를 했으니 앞으로는 어떤 걸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더라고요.

(종이가 끊기고,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빈아.)


그래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독서도 많이 해서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독자에게 말하는 빈아.)


주 2회 연재를 1회로 바꾸고, [빈아의 메모장]과 [살아가기]를 번갈아 쓰며 그렇게 확보된 시간을 활용할 예정이에요.

(매주 금요일 연재로 바꾼다고 안내하는 빈아.)


고민이 길어질 것 같진 않고, 큰 방향성만 잡히면 또다시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빈아.)


글은 계속 가까이 두면 어느 순간 가 처음에 둔 곳보다 더 가까워져 있으니.

(책을 읽는 빈아.)


 나에게 인스타툰은 어쩌면 하나의 돌파구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기에 그때의 나의 선택지 중 예상하는 것보다 더 꾸준히 해나갈 것 같은 일이었다.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꾸준히'하고 있냐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권태가 올 때마다 그래도 펜을 드는 나를 여러 번 목격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인스타툰이라는 수단을 통해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살아가기]와 같은 큰 목차를 만들 수도 있겠고.


 내 이야기가 큰 수익을 벌어다주지 않는 건 당연하다. 솔직히 그렇게 키우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인스타툰에 투자하는 시간은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메인과 서브가 뒤바뀌진 않았지만 해오던걸 지속하는 것만 해도 빠듯한 건 사실이다.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 등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사실 불안에서 시작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정보들을 수집해도 결국 마감 기한이 지나서야 자각하기 일쑤. 그렇다고 마음이 식은 건 아니고,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은 게 큰 것 같다.


 60여 개의 글을 통해 [표현을 사랑하는 게 직업입니다]를 마치게 되면서 나의 성장과정을 20대의 몸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내가 선택했던 단어들을 봤을 때, 나는 인스타툰을 하고 있는 지금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이걸 하기 위한 발판이었고, 나는 어떤 길을 갔어도 여기로 돌아왔을 거라는 확신을 시각적으로 보이는 텍스트로써 얻고 싶었다.


 그래서 확신을 얻었냐고 묻는다면, 인스타툰을 통해 궁극적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초입을 완성했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돈'을 목적으로 하거나 '명예'를 바라고 하는 건 나와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바람과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결국 내가 내 인생만을 바라봐주는 게 정말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교나 쫓김, 사회적 시선에서 비롯된 선택들은 지속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할 테니, 나는 그 에너지를 번 것이고, 그걸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일에 쏟는 중인 것이다.


 아주 짧게나마 경험한 '글'은 그 깊이와 양에 있어 한계가 없다. 그리고 후천적으로 쌓아갈 수 있는 재능이다. 쓰는 만큼 늘고, 쓰지 않으면 거기서 멈추거나 녹슨다. 그래서 멈추고 싶지 않으면 달리면 되고, 여기서 만족한다면 꾸준히만 써 내려가면 된다. 현재의 나는 '쌓기'에 초점을 두고 '녹슮'을 경계하는 중인데, 그 방법으로 '계속'을 택했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이걸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아직까진 없다.


 [표현을 사랑하는 게 직업입니다]는 나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글을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준 역할을 했다. 그래서 [빈아의 메모장]과 [살아가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심을 하게 했다. 여러모로 인스타툰을 시작하길 참 잘했고, 지금까지 해온 것도 참 잘했다.


 이렇게 살아온 이야기를 했으니 앞으로는 어떤 걸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독서도 많이 해서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주 2회 연재를 1회로 바꾸고, [빈아의 메모장]과 [살아가기]를 번갈아 쓰며 그렇게 확보된 시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고민이 길어질 것 같진 않고, 큰 방향성만 잡히면 또다시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은 계속 가까이 두면 어느 순간 내가 처음에 둔 곳보다 더 가까워져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인스타툰을 시작하기까지(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