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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Apr 28. 2023

표현을 사랑하는 게 직업입니다.

빈아, 시작합니다. with backya.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4/28 업로드


대학을 졸업하면

(학사모를 쓰고 졸업 사진을 찍고 있는 빈아. 카메라 앞의 높은 의자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그렇게 살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던 모습이 있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취업하기'를 적는 빈아. 노트 페이지 클로즈업.)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는

(길을 걸어가는 빈아의 옆모습. 뒤에 달려오는 누군가.)


선배, 동기, 후배들.

(빈아를 중심으로 앞서 나가거나 뒤따라오는 사람들.)


나도 그 흐름을 따라 내 길을 발견하겠지,

(갈림길 앞에 선 빈아의 뒷모습. 눈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고 가운데에 표지판이 있다.)


나름의 특성을 살리겠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인공이 되어있는 빈아. 빈아는 책상에 앉아 있고 주위 사람들이 빈아를 둘러싸고 있다. 다들 웃는다.)


그러나 지금,

(제삼자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빈아. 스크린 화면에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빈아의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백야가 날아온다.)


나는 더 이상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기로 했다.

(그 화면을 바라보는 빈아의 옆모습. 빈아와 화면이 마주 보고 있다. 백야가 빈아의 머리 쪽으로 힘차게 날아온다.)


빈아, 시작합니다.

(그대로 정면을 바라보며 독자에게 미소 짓는 빈아. 빈아의 머리 위에 앉은 백야.)


@with_backya

(백야 이미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패션만을 바라봤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선택했던 의상 디자인 전공. 나는 그렇게 디자인 직무로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내 브랜드를 론칭하는 삶을 살 줄 알았다. 그런 삶을 살길 원했다.


 패션을 선택했던 순간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과 함께했다. 낙서장이라는 줄 없는 스프링 노트를 들고 다니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화가, 만화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다 텔레비전을 통해 우연히 앙드레김의 패션쇼를 보게 되었고, 그때 나는 '저것을 해야겠다'라고 확신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 맨 마지막에 박수갈채를 받는 디자이너. 그 황홀함은 초등학생이 패션을 동경하게 하는 데에 충분했다. 그 이후 진로 희망 사항엔 늘 '패션 디자이너'가 적혔고, 바뀐 적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봤던 쇼는 앙드레김의 마지막 쇼였다.


 그렇게 나는 환상 속에 자리 잡은 패션 디자이너의 삶을 나의 것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 특별활동으로 만들기나 미술 등 관련된 것들을 선택하게 되었고,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축제 때 리폼 패션쇼도 열었다. 그리고 대입 준비 과정에서 학과를 선택할 때에도 큰 고민 없이 의상 디자인을 선택했다. 수시 6개 모두 패션 관련 학과였고, 그때까지 쌓아둔 활동들이 빛을 발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던지라 하루빨리 대학 전공 수업을 들으며 패션에 대한 모든 것들을 배우고 흡수하고 싶었던 나는, 다행히도 그 열정에 실력이 받쳐줘서, 그리고 워낙 성적 욕심이 있었던 터라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하나의 큰 고민덩어리가 나를 속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이다. 패션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텐데, 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창업을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 앞에 수없이 놓이는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창업을 할 용기와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취업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 기간이 두 달도 채 안 됐을 시점에 취업에 성공한 나는 그렇게 경력을 쌓아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첫 회사에서의 3개월 단단했던 나를 무너뜨렸고, 이후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고자 했지만 현재, 나는 프리랜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스토리에 동시 연재하며 좋아하는 글과 그림을 통해 내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그래서 결국 나의 것을 표현하며 살기로 했던 이야기를 써내려 가볼까 한다. 내가 바랐던 삶은 패션 디자이너의 삶이 아닌 그저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었음을. 결국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맞지 않은 단어로 포장되어 왔음을. 그것은 꿈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날에 선택했던 '희망 직업'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꿈꿨던 시간들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을 만드는 것도 여전히 좋지만, 으로 표현할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소속, 직업은 하나의 수단이었고, 그 수단을 직접 확인한 결과 현실과의 괴리감 느껴질 뿐이었다.


[빈아와 백야의 탄생]

 필명을 갖고 싶어서 이것저것 떠올려보다가 친구들이 나를 '빈아' 하고 부르는 모습이 생각났다. 그 애칭을 그대로 가져오기로 했다. 이름의 끝 글자 인 '빛날 빈'자에 누군가를 부를 때 쓰는 접미사 '-아'가 붙어 귀엽고 친근하며 뜻까지 좋은 이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빈아는 따뜻한 것들 글, 그림을 좋아하며 반복되는 삶, 정답이 있는 삶을 지양한다. 단정하면서 부드러운 인상에 내가 가진 눈웃 담았다.


 그리고 나의 특징 중 하나인 하얀 피부가 표현된 빈아의 동반자, 민들레 꽃씨 ‘백야’도 만들었다. 모든 것의 처음이자 본래의 나라는 뜻을 담아 씨앗의 형태를 가져왔고, 역시나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야'로 끝나는 이름을 지었다. 야는 빈아에게 꿈, 비전, 목표, 하고 싶은 것들을 상기시켜 주고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빈아와 백야는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이고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살아 움직이는 독립적인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나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진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다.


 빈아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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