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새롭게 해가 바뀌었다는 건 내가 1년을 잘 살아냈다는 것이고, 그와 동시에 또다시 1년이라는 시간을 얻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점점 높이가 낮아지는 계단이 있다.)
그래서 23:59에서 00:01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회고', '변화'라는 단어들이 동시에 빠르게 스친다.
(계단 한쪽에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나에게 항상 새해는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은 타이밍을 의미했다. 그게 일상이 됐든 마음가짐이 됐든, 잠시 어질러지고 무너져있던 것들을 다시 바로 잡아야 되는, 마지노선이었다.
(빈아가 계단 앞에 서있다. 새로운 단을 오르기 전이다.)
그래서 괜히 12월 31일과 1월 1일이 되면 각각 할 일을 정해서 다이어리를 펼쳤다 접었다, 펜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계단에 작년 다이어리와 새해 다이어리가 각 단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과 달리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저 많은 날 중 하루가 지나갔을 뿐이었다.
(힘차게 다리를 들어 계단을 오를 준비를 하는 빈아.)
그와 별개로 유독 싱숭생숭했던 이유는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해가 넘어가다니,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전만큼 단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행복은 나를 둘러싼 것들의 행복으로부터 온다는 것에 대한 이해, 나의 일상이 계속 좋은 것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다는 깨달음, 내가 선택한 것들이 실패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각오, 그와 동시에 그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쥘 줄도 알아야 한다는 타협, 내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모두가 나와 같을 수 없다는 인정.
(한 계단 올라서서 생각에 잠긴 빈아.)
이 모든 것들에 새로운 것이 더해지고, 혹은 수정되며 계속 성장하고 미끄러지길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이제는 4에서 5로 숫자가 바뀐 것이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느낌을 주진 않게 된 것이다.
(계단에 넓게 쓰여있는 년도. 2024에서 2025로 바뀌어 있는 숫자.)
새해엔 그저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들 속에 간간이 행복하고 슬퍼하길, 내 주변에 대체로 긍정의 기운이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