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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Aug 11. 2023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세

4. 나의 학생회 역사 _ (6) 일의 분배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8/11 업로드


4-(6)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세 _ 일의 분배


학생회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는 빈아.)


때문에 그 안에서 일을 잘 분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뒤따라오던 친구가 그 짐을 나눠 들려고 손을 뻗는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이 장(長)인 나를 결국 거쳐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잘 나누지 못했다.

(짐가방의 끈을 결국 놓지 못하고 살짝 잡고 있는 빈아.)


특히 1, 2학년 땐 대표로서 갖고 있었던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이미 바빠서 지쳐 보임에도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빈아.)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적었기 때문에 사방에서 눈치를 봤었다.

(눈치를 보는 눈동자 클로즈업.)


3학년, 학생회장을 맡고 나서야 조금씩 일을 나누기 시작했지만 돌이켜보면 나와 함께 일했던 학생회 친구들은 정작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바빠 보이는 빈아를 도와주려다 망설이는 친구.)


강단 있는 추진력과 품어주는 감성, 꿋꿋함, 다 물론 중요하지만

(검지를 치켜세우며 걸어가는 빈아. 발자국에 불, 하트, 눈 결정이 튀어 오른다. 각각 열정과 사랑과 냉정함을 상징한다.)


리더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짐을 혼자 짊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시 짐을 들고 있는 손 클로즈업. 친구에게 짐을 완전히 넘겨주고 빈아가 손을 뗀다.)


학생회는 그 직책이 무엇이든 혼자가 아니고, 혼자 해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보며 웃는 빈아와 친구. 짐을 나눠 들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의 학생회는 전교 학생회와 학급 학생회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학급의 일은 회장과 부회장, 그 두 명이서 나눠하면 된다. 그리고 일을 분배하고 할 것도 없이 특별히 공약한 것을 제외하면 각자 할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대학교 학생회는 다르다. 총학생회 아래 단과대 학생회가 있고 그 아래 학과 학생회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학과 학생회는 학과마다 다른 구성을 가지는데, 내가 학생회였을 때 우리 학과는 학년별로 또 나뉘었고, 그 전체를 3학년 학과 학생회장이 이끌었다.


 1, 2학년 때 학년 과대를 거쳐 3학년 학과 학생회장이 되고 그 임기도 끝나갈 무렵,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데 잘 해낸 부분들도 많았지만 반성의 연속이었다. 가장 크게 반성한 부분은 일의 분배에 있었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혼자 다 짊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학생회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일을 분배하여 그들과 함께 일해야 했다. 물론 학년별로 업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고, 학생회장인 내가 할 일이 제일 많은 건 당연했지만 여기서 내가 간과했던 부분은 내가 대표로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 일에서 그 부담감을 혼자서 감당했던 것이었다.


 대학교는 끊임없이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다. 학생들의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총장이 투표를 건너뛰고 연임하거나, 교수의 성범죄로 단체 시위가 일어나거나. 정말 작은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회를 하는 3년 내내 조용하게 지나간 해가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러한 사건사고들에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에서 늘 대표자였던 나는 항상 마이크를 잡아야 했는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걸 정리해서 전달하는 전 과정에서 학생회 친구들과 일을 나누지 못했다. 혼자가 편하기 때문은 아니었고 일을 나누는 걸 '시킨다'는 개념으로 잘못 생각했기에 더 망설여졌다. 결국 리더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에 어느 정도 일을 지시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곧 '함께 일하는' 것이었는데, 그걸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묘한 미안함을 느꼈다.


 학생회는 그 직책이 무엇이든 혼자가 아니다. 리더는 일을 잘 나눠야 하고 구성원들은 거기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남겨야 한다. 그렇게 나아가야 서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은 학생회 활동을 정말 알차게 했다고 여기지 못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아쉬워도 했을 지듀 모르겠다. 나에게 학생회내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할 만큼 많은 걸 남겨준 활동이었지만 그 성장과 성취의 맛을 혼자 독차지한 것 같아 그 점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나마 남겨본다. 부족한 리더를 만나 고생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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