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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Sep 08. 2023

패션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4

5. 대학 생활 _ (0-4) 발열 섬유를 활용한 논문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9/08 업로드


5-(0-4) 패션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_ 발열 섬유를 활용한 논문


때는 고등학교 1학년, 패션과 섬유, 건축, 환경이라는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모였던 우리.

(빈아를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우리는 그걸 모두 융합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논문을 썼다. 그렇게 지어진 논문의 제목, '발열 섬유의 원리와 건축에서의 활용 가능성 연구'.

(종이에 논문의 주제가 적혀 있고, 거기에 밑줄을 긋는 빈아.)


발열 섬유를 건축에 적용하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던 그 논문은 본격적인 자료조사로 근거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국회 도서관, 논문 사이트, 신문 등에서 자료를 찾는 모습.)


그 과정에서 발열 섬유가 흡습 발열의 원리로 열을 낸다는 걸 알게 된 후

(흡습 발열의 원리를 그림으로 표현.)


그 이론을 건축의 주 재료인 나무와 몰탈에 적용해 온도의 변화를 측정했고 두 번의 실험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 빈아와 친구들. 조교 선생님이 도와주고 있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이는 온도 변화 그래프.)


지금 보면 한없이 미흡하지만 그때의 우린 우리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 자체를 즐겼고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컴퓨터에 둘러앉아 논문을 쓰고 있는 빈아와 친구들.)


논문 맨 뒤에 적힌 소감문에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결국 생은 고민하고 도전하고 변화하는 과정의 반복임을,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여정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의 빈아. 논문 모음집을 펼치며 소감문을 바라본다.)


'이 종이 몇 장이 두 달간의 노력으로 빛이 났듯이 '나'라는 종이도 언젠가 빛이 날거라 믿는다.'

(소감문에 적힌 문장.)


 패션쇼만큼 기억에 남는 활동이 또 있는데, 바로 논문을 썼던 일이다. 고등학생 신분에서, 그것도 1학년이 쓸 수 있는 논문의 질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때 우리가 펼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실험 과정은 그 무엇보다 값졌다.


 패션과 섬유, 건축, 환경이라는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우리는 그걸 모두 융합할 수 있는 주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그때 한창 유행하고 있었던 U사의 발열 섬유를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걸 건축에 적용하면 새로운 난방 시스템의 일환으로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선한 주제가 탄생했다.


 그렇게 주제가 정해지고 나서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하기 시작했다. 논문이 올려진 사이트나 국회 도서관의 자료들을 가장 많이 활용했고, 발열 섬유가 발열을 하는 원리, 그래서 건축 재료로 쓰이는 나무와 몰탈에 적용하여 실험할 때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까지 알아냈다. 발열 섬유는 크게 4가지의 원리로 열을 내게 되는데, U사의 발열 섬유의 경우 그중 흡습 발열이라는 원리가 적용되는 섬유였다. 흡습 발열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미세한 수분을 활용하여 열을 발생시키는 건데, 섬유에서 물과 친한 친수성기가 수증기를 흡수해 액체로 바꾸면서 응축열과 흡착열이 발생해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여기서 응축열은 기체가 응축하여 동일한 온도의 액체가 될 때 방출되고, 흡착열은 기체가 고체의 표면에 닿을 때 방출된다. 일반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물 분자가 정지하면 운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전환되어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섬유가 발열하게 되는 원리다. 이러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우리는 건축 재료에 수분을 입힌 후 거기에 발열 섬유를 감싸 온도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지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지인분의 대학교 실험실에서 진행됐고, 온도의 변화를 체크해 주는 기계를 통해 그래프를 도출해 냈다.


 결론적으로, 발열섬유 감싼 실험군이 미세하게나마 온도가 상승함을 확인했는데, 이 실험은 여러 오점을 남겼다. 특히 발열 섬유의 원리상 계속해서 수분 공급이 이뤄져야 했는데, 그 수분으로 인해 증발 현상이 일어나 오히려 온도가 내려가는 되는 구간이 발생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린 우리의 아이디어가 미세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에 큰 뿌듯함을 얻었고, 논문이라는 것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논문을 다시 찾아봤는데, 맨 뒤에 각자가 적은 소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고등학교는 당장 있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 곳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젊음'이라는 무기를 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만 하고 있었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아직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그 확신을 갖기 위해서라도 그 분야에 대한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종이 몇 장이 두 달간의 노력으로 빛이 났듯이 '나'라는 종이도 언젠가 빛이 날거라 믿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민이 많은 건 비슷했고, 그럼에도 움직여봄으로써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했다. 지나간 소감을 새로 읽어보며, 결국 생은 이 과정의 반복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논문에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과 선생님, 대학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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