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아 Sep 07. 2023

패션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3

5. 대학생활 _ (0-3) 나의 첫 패션쇼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9/07 업로드


5-(0-3) 패션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_ 나의 첫 패션쇼


자율 동아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패션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나랑 패션 동아리 하자'라고 말하는 빈아.)


그렇게 만들어진 동아리 '패션의 나래'.

(빈아가 서류를 들고 있고, 동아리 이름에 '패션의 나래'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했던 활동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학교 축제에서 최초로 개최한 패션쇼였다.

(리폼하기 위해 수집한 교복들을 살펴본다.)


리폼 패션쇼를 기획하며 버리는 교복들을 모았고 그 조각들을 자르고 이으며 '펑키'라는 주제 안에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옷은 각 두 착장씩이었고, 우리의 봉제 도구는 바늘과 실, 본드와 물감이 전부였다.

(손바느질로 봉제하고 본드로 부자재를 붙이고 물감으로 페인팅을 했음을 표현.)


그리고 재학생들 사이에서 모델과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를 모집했다.

(모집 공고를 각 반 칠판에 붙이는 빈아.)


축제 당일. 강당을 가득 매운 관객들 앞에 쇼가 시작되고, 우리의 옷들이 음악과 조명 속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조명이 무대 위 모델을 비추고 음악이 크게 나오고 있다.)


그 빛은 함께한 우리들까지 비춰 우리의 설레는 마음까지 보는 이에게 전달했다.

(무대 뒤에서 무대를 슬쩍 엿보고 있는 우리들. 설레는 표정이다.)


물감이 덕지덕지 붙은 그 옷들은 내 방 한구석에 자리하며 가끔씩 열정이 사라질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걸 해낼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옷이 담긴 상자.)


가슴 울렁였던 그 순간의 기억, 그 기억 역시 나를 패션 전공자로 이끌었다.

(그 옷들을 꺼내 보는 빈아. 추억에 잠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나서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다방면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패션이나 미술, 예술, 문학과 관련된 활동들은 빠짐없이 도전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뽑으라면 아무래도 나에게 처음으로 패션쇼의 경험을 안겨준 동아리 활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 날 학교에서 '자율 동아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와 같이 패션을 좋아했던 반 친구와 함께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들 중 패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하나둘씩 모아 '패션의 나래'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나래는 날개의 순우리말로, 날개를 펼쳐 꿈을 향해 날아가자는 의미를 담다. 지금 와서 다시 읊어보니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도 잘 담겨있는 듯하다.


 패션의 나래 친구들은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다. 패션 드로잉을 하는가 하면 패션쇼 영상을 시청하고 감상을 나눴다. 함께 의상 전시회를 다녀오며 인사이트를 수집하기도 하고 관련 책을 읽고 독후감도 썼다. 그리고 대망의 학교 축제의 날, 우리는 최초로 리폼 패션쇼를 개최했다.


 패션쇼를 기획하며 버리는 교복들을 모았고, 재학생들 사이에서 모델과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를 모집했다. 그리고 '펑키(funky)'라는 주제에 맞게 직접 디자인하고 봉제하여 각 두 착장씩 완성했다. 재봉틀을 다뤄본 친구가 없어 모두 손바느질로 제작했고 부자재를 본드로 붙이거나 물감으로 페인팅을 하는 등 각자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리허설을 통해 음악과 모델의 스탭을 맞췄고 탑 포즈를 정하는 등 우리의 열정이 담긴 옷을 관객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모아둔 일러스트를 장 밖에 전시했다.


 진행 과정에서 여러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각자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옷을 통해 내뿜었고 패션쇼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조명 속에서 옷들이 반짝였고, 함께한 우리들은 더욱 빛났다. 관객은 큰 소리의 박수로 화답했고 우린 그 환호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때 만들었던 옷은 아직 나의 방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가끔씩 열정이 사라졌다 느낄 때면 그 옷을 보며 그때를 떠올린다. 물감이 덕지덕지 붙은 그 옷들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걸 해낼 수 있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패션쇼를 해보고 나니 내가 정말 패션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쇼를 하는 디자이너를 더욱 동경하게 되었다. 내가 만든 옷을 입은 두 명의 친구를 보니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고 긴장도 되었지만 벅찬 감정이 더 컸다. 그리고 생각했던 디자인을 실물로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실제 하는 옷은 옷의 역할을 해야 했다. 입을 수 있어야 했고 모델과 잘 맞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주제 표현을 잃지 않아야 했다. 재료를 잘 활용해야 했고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이 옷 전체의 완성도를 결정하므로 끝까지 손길을 놓지 않아야 했다.


 가슴 울렁였던 그 순간의 기억. 그 기억 역시 나를 패션 전공자의 길로 이끌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션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