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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Sep 29. 2023

적성과 취향의 발견 4

5. 대학 생활 _ (1-4) 나의 취향이 묻어났던 과제들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9/29 업로드


5-(1-4) 적성과 취향의 발견 _ 나의 취향이 묻어났던 과제들


의류학과 특성상 실습수업이 많았는데 포트폴리오나 기본 한복을 제작할 때는 물론이고 내가 해온 과제들을 돌이켜보면 나의 취향이 여실히 녹아 있다.

(빈아가 발표를 하고 있다. 그걸 듣고 있는 친구들이 말한다. '빈아 답다.', '그러게.')


사관의 정신을 담아 한복 바지를 만들기도 했고

(과거 사관의 복식이 그려져 있고, 그 옆에 빈아가 직접 만든 사관의 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앙드레 김을 헌정하는 패션쇼를 기획해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하기도 했다.

(영화 필름, 흰 국화 등 주제를 표현하는 것들이 그려져 있고, 빈아가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한국무용 대회 심사위원의 의상을 음양오행에 맞춰 디자인하기도 했고

(음양오행 표현.)


방학땐 한복 교수님과 함께 한복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각자 만들고 싶은 한복을 만들기도 했는데, 나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과 작은아씨들의 에이미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스튜디오 배경. 빈아가 한복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과 한복 동아리에 들어가 3년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동아리 시간. 칠판 앞에 모인 친구들이 1년 계획을 세우고 있고 빈아가 칠판에 적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쭉 한 길만 바라보고 걸어온 건데

(길을 걷고 있는 빈아의 옆모습.)


좋아하는 마음이 지속하는 힘을 줬고 그렇게 계속했더니 진짜 내 것이 되었던 것 같다.

(몸이 점점 뜨는 빈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게 취향이라지만 한복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 커지면 커지지 작아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저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빈아의 뒷모습.)


 의류학과생에게 과제란, 결과를 온전히 만족하는 건 끝까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내 취향까지 명확하다면 (그 덕에 처음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이득을 얻을 수는 있어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 높이 솟아 있을뿐더러, 머릿속에 완벽한 결과물까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재현해 내기 어려울 때마다 훨씬 더 큰 '창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서 과제는 대학을 다니는 내내 나를 정말 힘들게 했지만, 그것만큼 내 취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낸 결과물들에 크게 실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매 순간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멋대로 판단하건대, 나의 재능이 그걸 받쳐줬다. 특히 창작 수업에 있어 주제를 정할 때, 원래부터 깊이 좋아하고 있던 것들 중에서 하나씩 골라 꺼내 발전시키면 돼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첫 과정부터 수월했다기 보단, 덕분에 고민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 보니 힘들었던 기억들까지 많이 소중해졌다.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내 사랑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오직 그때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걸 지금은 아니까.


 그 과제물들 중 내 취향이 제대로 담긴 것들 몇 가지를 뽑아 말하자면, 사관의 바지와 앙드레 김 헌정 컬렉션, 음양오행을 주제로 한 디자인이다.


 사관의 바지를 주제로 제작한 한복 바지는 한복의 사폭바지를 변형해 제작했다. 평소 밑으로 갈수록 퍼지는 와이드 팬츠를 즐겨 입었기 때문에 전통을 반영하되, 내 취향도 더해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끈을 바지 밑단 안으로 넣어 묶었다 풀 수 있게 디자인했다. 끈을 묶으면 한복 바지처럼 끝이 모아지고, 끈을 풀면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게 말이다. 그리고 사관의 복식에서 가져온 색감과 그에 어울리는 배색, 먹물과 책을 표현한 패치워크와 주머니까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3학년 때에, 과한 애정을 적절히 절제하며 제작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앙드레 김 헌정 컬렉션. 무턱대고 도전한 고학년 수업이어서 고군분투하며 디자인했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되어 대가인 앙드레 김을 헌정하는 패션쇼를 기획했는데, 헌정'이라는 주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두 디자이너의 색까지 녹여내야 했다. 나는 그의 생이 하나의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영화 필름을 프린팅 하는 디자인을 대표로 가져가고 그 필름 안에 그가 썼던 화려한 색감들이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필름의 격자무늬와 한옥 문살무늬를 적절히 섞어 내 취향도 마음껏 담았고, 주제가 주제인만큼 흰색 국화꽃잎도 실루엣으로 과감히 표현했다. 이 과제는 결과는 두고두고 마음에 들지만, 선배들과 같이 소수로 들었던 수업이라 내내 긴장했던 기억이 더 크다. 그때의 나는 마치 열심히 헤엄치는 발을 감춘, 호수 위의 백조 같았다.


 나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한국 무용 영상을 즐겨 보는 걸로 이어졌는데, 우리 민족 사상의 뿌리가 되는 음양오행을 주제로 한 무용 대회의 심사위원 의상을 제작해 보고 싶었다. 물, 불, 흙, 나무, 쇠에 맞게 5개의 착장을 디자인했고, 심사위원이라는 설정에 따라 구성에 격식을 갖췄다. 이 과제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어쩌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무용에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지금 약 2년째 취미로 무용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나의 취향을 담았다는 것에, 그리고 무용이라는 씨앗을 발견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는 과제였다.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쭉 한 길만 바라보고 걸어온 거고 그 안에서 굉장히 매니아적인 취향 또한 가지고 온 건데, 좋아하는 마음이 지속하는 힘을 줘서 그 에너지를 받아 계속했더니 취향뿐이었던 것들이 진짜 제대로 내 것이 되었던 것 같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게 취향이라지만 한복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 커지면 커지지 작아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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