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빈아


표현을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걸어온 지 반년 정도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어디엔 만화를 올리고 어디엔 글을 올리며 그렇게 조금씩 내딛고 있다.


근 50일 동안 나는 이 작은 스케치북에 매일 무언가를 남겼다. 쏟아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쓰는 행위는 속에 있는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게 했다. 그렇게 직접적인 참견으로 나를 깨웠다. 그러다 이내 고독해지며, 들어오고 나가는 숨소리가 나를 어떤 바다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흘러가듯 써 내려갔고, 나와 만났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들을 계획해 실행해 보기도 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참회하기도 했다.


이 만남은 헤어짐이 없다. 첫 만남에 어색할 필요도, 이별의 상처를 겪을 필요도 없다.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지극히 일상적이고 감정적이며 소중한 끄적임 들이다.


2023년 7월 20일에 시작해 9월 7일에 마주한 끝자락. 나는 끝까지 애쓰지 않았고 담백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니 더 깊게 읽고 싶어졌고 더 잘 말하고 싶어졌다. 이런 미션을 열어 50장의 백색 페이지를 가득 칠할 수 있게 해 준 책방 '밀물'과, 책과 함께 작은 스케치북을 선물해 주신 상현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덕분에 적당한 강제성 속에서 자유롭게 펜을 휘갈길 수 있었고, 매일 글과 함께하며 나름 쓰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종이와 펜을 놓지 않았던 나에게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멋있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