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글

2023/07/28_저녁 7시 28분

by 빈아

연기 공부를 하는 사촌 언니가 생각보다 그 길이 쉽지 않은지 깊은 고민이 섞인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내년까지만 해보려고.'


서른까지는 계속해 보겠다 했던 언니가 27살인 지금, 벌써 제동이 걸려 버렸다. 그러나 나는 여기다 대고 감히 계속해 보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가는, 그러나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서로였기에 늘 힘이 되었는데, 동반자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쿵 내려앉았던 것이다. 우연한 기회가 찾아와 지금 하는 것을 계속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래는 불확실하니까. 누군가에게 조언해 줄 만큼 내 입장이 온전한 것도 아니고.


언니는 그 말 뒤로 요즘 진짜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니는 학원에선 매일 혼나기 일쑤고, 새로운 작품을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해 봐도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은 눈치였다. 좋아하는 걸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그게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그 압박감은 또 얼마나 클지.


우리는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타입이 아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오랜 생계 활동에 몸이 이곳저곳 망가진 부모님을 뒤로하고 나 하고자 하는 것만 할 수 있는가. 심지어 잠깐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나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런 나를 향할 가족들의 근심 걱정도 무시 못 하겠다. 오히려 주변 지인들의 지지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가족들의 피드백은 가차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눈치를 많이 볼 게 뻔하다. 물론 지금 당장은 말 그대로 하고자 하는 걸 (가족 몰래) 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언니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턱 끝까지 차올라 그만 내뱉어야겠다. 조금만 더 해봐. 미련 없을 때까지. 언니에게 아직 재미가 남아 있다면 그걸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한 번 기다려 보는 게 어때. 사실 함께 가고 싶어서 이런 무책임한 조언을 하는 걸지도 몰라. 근데 내가 아는 언니는 남들에게 흔히 없는 '깡'이 있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을 계속 좇다 보면 결국엔 참 잘할 것 같아. 언니 말대로 내년까지 해보고 나랑 다시 얘기해 보자. 다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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