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글

2023/07/27_오후 1시 36분

by 빈아

날이 너무 덥다. 조금만 걸어도 등판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잔 생각이 많아진다. 무슨 인과관계인가 싶지만, 실제로 우리는 날씨와 계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걷기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엔, 그렇기에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선선함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다다른 곳에 우두커니 서서 사색이란 걸 하고 싶어 한다. '생각'은 일상과 늘 함께하지만 '사색'은 그렇게 스쳐 가듯 하기엔 무리가 있으니까. 반면, 극한의 온도를 체험하는 여름과 겨울엔 그걸 피하고 싶기 때문에 떠난다. 그리고 반년간 쌓인 생각 뭉치들을 가는 동안 풀어 헤친다. 현실과 멀어지고 싶으니까.


이 두 여행의 공통점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에 있기 위해 떠난다는 것이다. 그 현재에 있기까지 우리는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생각의 고비, 미련의 고비, 후회의 고비, 들뜸의 고비. 이 모든 고비를 단숨에 넘을 수 있는 게 계절과 어울리는 여행이고, 함께하는 사람이다. 혹자는 삶 자체가 여행이라 했지만, 모순되게도 살고 있는 곳과 떨어지는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삶을 완성한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소중한 '여행'을 가고 싶을 때 가려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가는 동안 풀어헤칠 생각 뭉치들에 포함되어 있겠지. 그러나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실오라기겠지.


우린 떠나기 위해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여행 유튜버처럼 여행이 업인 사람들은 또 다르겠지만, 그들 역시 하고 싶은 것 하나를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 수십 가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가방에 온갖 걱정들을 실어 나르는 여정이더라도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에서부터 설렘을 가득 안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다시 현실로 와서 견뎌야 할 것들에 만발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떠나고 싶은 날이다. 그래서 곧 떠나야겠다. 살고 있던 곳과 갖고 있던 것들로부터 잠시 이별하고 '현재'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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