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글

2023/07/26_오후 2시 46분

by 빈아

오늘 할 일이 아주 많다. 그 일들을 쭉 나열하고 나서 첫 번째로 한 것이 바로, 이 펜을 잡은 것이다. 계약서 관련 건으로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한데, 집에서 해결하지 않고 나와 조금 불안한 상태다. 이 하찮은 불안을 달래기 위한 글쓰기가 필요했다. 일단, 오늘 할 일을 최대한 끝내고 집으로 달려가자. 약속한 일이니 지켜야 해서 조급한 것 같다. 혹시 예전에 저장해 둔 게 있을까 싶어 핸드폰으로 이곳저곳 들어가 봤는데, 정말 잘 정리해 버렸나 보다. 소중한 개인 정보라고, 과거의 내가 지나치게 안전에 유의했다. 통장 사본은 모바일로 가능한데 주민등록증 사본은... 실물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면 달라졌을 텐데, 어제 (다짐과 달리) 일찍 자지 못한 탓이다. 어찌 됐든 미래엔 다 해결되어 있을, 그리 어렵지 않은 일들이니 차분히 하나씩 하고 보자.


날이 덥다. 하늘에 구름이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은 우리들은 조금 들뜬 마음으로 한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옆엔 시원한 콤부차와 딸기 케이크가 있고, 다른 쪽엔 어서 일하라며 나를 기다리는 아이패드가 있다.


어제 일찍 잠들지 못한 이유는 나를 꿈틀거리게 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로우 앤드류의 유튜브를 보다가 팟캐스트가 손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디오를 잘 듣진 않지만, 이연님의 콘텐츠를 들으며 하루하루 흥미 속에 헤엄쳤기에, 나 역시 그런 양질의 대화들을 소리로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영상, 즉 유튜브는 계획 중이지만 당장 시도할 마음은 없기에 목소리만 들어가면 되는 오디오가 나를 사로잡아 버린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대화들, 혹은 나와 나누는 대화들. 이 역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갑자기 아르바이트가 또 시작되어 여유가 좀 없어진 상황인데, 할 일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새로운 계획들에 알바라는 변수가 생긴 것이지만. 원래 바쁘면 더 바빠지는 법. 이런 삶 참 오랜만이다. 후 - 한숨 쉬며 대환영해 줄 수밖에. 시간 지나면 다 되어있을 것들. 그 과정을 나답게 느끼며 나아가면 될 일.


마지막 줄은 오늘의 나를 위한 자기 암시가 되겠다. 나는 영향력 있는 작가다. 술술 그려지는 펜과 술술 써지는 머리와 가슴을 가진, 이성과 감성을 고루 갖춘 멀티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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