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글

2023/07/30_오후 3시 31분

by 빈아

오늘 나의 무용은 '후들거렸던 다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다음 달부터 한 달간 수업해 주실 새로운 선생님께서 오늘 수업을 참관하러 오셨는데, 익숙하지 않은 시선이 의식됐던 탓인지 작품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틀려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멋쩍어 웃어버리기 일쑤. 힘이 들어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때려가며 미워하길 반복했다. 그럼에도 춤추는 게 재밌어서 쓰러질 듯 지쳐있는 몸을 계속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분명한 건 수업의 끝에 다다를수록 서서히 작품에 집중했다는 것.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린 뒤 뚝섬역으로 향했고, 재수 작가님의 전시를 보러 갔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좀 많아서 기차놀이 하며 봐야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하나씩 느릿하게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관람객들에게 사인해 주고 계신 작가님을 볼 수 있었는데, 직접 인사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감상평만 조용히 적고 나왔다. 별 의미는 없고, 나의 말 없는, 작은 동경의 표시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과 삶, 개인과 서로, 따뜻한 것들. 모든 일상이 일상 그 자체로 온전히 느껴지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인스타툰을 준비할 때 작가님의 온라인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수업의 마무리 멘트는 늘 고정이었다.


'그림 '잘' 그리고 싶다.' 말고 '그림 그리고 싶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오히려 실력이 늘었다고 작가님은 말했다. 무슨 뜻인지 너무나 알 것 같은, 그래서 나 역시 그렇게 그려나가고 싶게 하는 말이었다. 그림과 글은 우리를 창작의 순간 속으로 단숨에 끌어들여 몰입을 선물한다. 그 몰입에 즐거움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들이 탄생하겠지. 몰입이 일상이고 일상이 재미인 삶. 이런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야겠다. 삶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작가가 되자.

매거진의 이전글열 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