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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May 26. 2023

우리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5/18 업로드


우리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1/4)


살다가 바다가 사무치게 그리워서 마치 물속에 쭉 살다가 잠시 올라온 것처럼,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할 때가 있다.

(가벼운 차림의 빈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


그렇게 내 발을 직접 움직여 도착한 바다를 마주할 때면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빈아의 옆모습.)


드디어 왔음에 벅차오른다.

(벅찬 표정의 빈아.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다.)


그런 바다이기에 날씨는 중요하지 않지만

(빈아의 시선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


이왕이면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떠 있고 많이 덥지 않으면서, 머리카락이 크게 휘날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와주면 좋다.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


내가 몸에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거추장스러워서 다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을 만큼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느끼는 빈아의 옆모습.)


자유로움으로 가득 찬 바람.

(빈아의 뒷모습. 바다 배경. 더 세찬 바람이 불어 빈아의 머리카락과 옷이 휘날린다.)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5/19 업로드


우리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2/4)


잠시 멈춰있기 위해 떠나는 바다는 단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잔잔하거나 거칠게, 정적인 물질로 그 어떤 자연보다 동적으로 움직인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 맨발의 빈아가 바다 쪽으로 걸어간다.)


새벽과 아침의 모습이 다르고, 오후에 다르며, 한밤중엔 더 다르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노을이 지고 있다.)


그 움직임은 늘 바람과 함께하며 살아 숨 쉬는 듯하지만, 낮밤 상관없이 먹먹하게 죽어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쭈그리고 앉아 두 손에 바닷물을 담는 빈아. 손에 담긴 바닷물 클로즈업. 대각선 위에서 바라본 연출.)


밝고 따뜻한 햇볕에 윤슬이 일렁이고 있음에도 그것이 슬픈 눈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윤슬 표현.)


밤이 되어 수평선조차 희미할 만큼 어둑함에도 살아있는 생명의 울림이 들려오기도 한다.

(밤이 되고, 깜깜한 바다가 빈아를 압도한다. 바닷바람이 찬 듯 어깨를 감싸 안은 빈아.)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5/25 업로드


우리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3/4)


우리가 떠나는 바다는,

(빈아의 눈동자 클로즈업. 눈동자에 담겨 있는 밤바다의 모습.)


이미 죽어서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그곳에 있으며 큰 변화 없이 살아가는 고요한 생명인가.

(밤바다에 비친 달빛.)


이미 많은 죽어 있는 것들과 살고 있는 것들을 품고 있으나 한없이 더 품어낼 수 있는 바다이기에 우리는 그곳에 가는 게 아닐까.

(먼바다에 고래의 실루엣이 보인다.)


제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달라고.

(바닷물이 서서히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도, 가족들도, 심지어 스스로도 감싸 안아줄 수 없을 만큼 많이 지쳐있는 한 나약한 존재를 바다 너만은 받아줄 거라 믿고 있으니까.

(바닷물이 빈아를 감싼다.)


뻔뻔하게도 주는 것 없이 바라는 것만 많다. 기쁘면 잔잔하게 반짝여줬으면 하고 우울하면 거칠게 파도치며 다가와 주길 바란다.

(바다가 빈아를 완전히 감싸고, 빈아는 편안히 눈을 감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국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이기에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도 원망하지 않는다.

(저 멀리 고래가 다가온다. 빈아의 뒷모습.)


그저 있음에 감사한다.

(빈아와 고래가 마주 본다.)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5/26 업로드


우리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4/4)


자연 앞에서 인간이 작아지는 이유는 태초의 것들, 즉 본질의 힘에 대한 차이에 있다.

(바다 위에 떠서 하늘을 보는 빈아.)


인간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우주 전체와 지구라는 행성의 힘. 그 깊숙한 곳의 힘을 온 자연이 흡수하고 있다.

(빈아의 시선.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하다.)


자연재해에 자연 스스로도 피해를 입지만, 알아서 회복하며 다시 단단한 기반을 다진다.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도 온 생명들이 한껏 살아 숨 쉬며 뛰어논다.

(어두운 숲 속 풍경. 동물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강인하고 단단하며 생명력 넘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고 어려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땅 속에서 떡잎이 나온 모습. 떡잎만 밝은 색으로 칠해 강조.)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힘을 역으로 거스르며 무분별하고 인공적인 힘을 행사해 온 것이 인간이기에, 그 빚을 진 이상 더 작아질 뿐이다. 더 앞서거나 더 강해지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하다.

(그 떡잎보다 작은 백야. 백야가 떡잎을 올려다본다.)


그러한 강한 존재, 그 존재들의 더 큰 존재가 바다이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바닷가 풍경. 아침이 오고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스스로를 크게 키우며 위장 생활을 하다가 결코 이길 수 없는 큰 존재 앞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바다에서 해변가로 나오는 빈아.)


과하게 부풀어 있던 것들을 치료하고 회복한다.

(머리를 묶는 빈아.)


그저 한 생명으로서만 있는 것이다. 조용히, 그저 바다가 품어주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바다처럼 '본질'을 찾아야 함을 깨달으며.

(바다 쪽에서 바라본 빈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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