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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n 16. 2023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6/15 업로드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1/2)


어느 일요일 낮,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맞은편 소파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빈아. 소파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할아버지는 세월이 느껴지는 얇은 셔츠에 검은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고, 가녀린 두 손으로 신문을 꽉 붙들고 있었다.

(신문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의 옆모습.)


눈이 피로한 듯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안경과 안경 밖을 번갈아 보며 기사에 몰입한 듯한 모습이었다.

(안경을 반쯤 내리고 실눈으로 신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소파 뒤로 화려하게 빛나는 보라색 네온 조명이 어쩐지 그 모습과 대조되어 다소 생경했고, 바로 옆 통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에 할아버지와 신문이 반짝이니,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햇빛이 소파에 앉은 할아버지를 비추고, 소파 뒤로 보라색 네온 조명이 빛나고 있다.)


인공적이고 하얀 노트북 화면이 거슬려 글 쓰던 걸 멈추고 잠시 할아버지에 시선을 두었다.

(턱을 괴고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빈아. 배경은 없고 빈아와 할아버지만 일직선상에 나란히 있다.)


마치 할아버지가 아닌 그 너머의 바깥 풍경을 보는 것처럼 애매한 시선 처리를 하면서.

(창 밖에서 바라본 두 사람의 모습.)


흔들의자에 담요를 덮고 앉아 뜨개질을 하는, 미디어 속 시골집 노인의 모습에서 여유만 살짝 덜어낸 듯한 할아버지는 신문의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는 할아버지.)


실제로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눠보면 기대와 달리 고지식한 말들이 들려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땐 그저 햇볕 옆 소파를 벽난로 옆 흔들의자처럼 생각하며 바라보고 싶었다.

(이전 장면과 오버랩. 배경에 벽난로가 있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웃고 있다.)


오늘 처음 뵌, 어쩌면 앞으로도 뵐 일이 없는 할아버지의 성격과 말투를 내 희망 사항대로 꾸며내고 있었다.

(턱을 괴고 웃고 있는 빈아.)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6/16 업로드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2/2)


때는 중학생 시절, 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문학 작품을 해석하다 꿈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때 들었던 선생님의 꿈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교실 배경, 빈아가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다. 칠판에 '꿈'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나는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야.'

(라고 말하는 선생님. 칠판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서 있다.)


그 꿈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할머니'를 꾸며주는 '지혜롭다'라는 수식어 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음이 그 어린 나이에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빈아. 감동받은 표정. 미래로 날아가는 백야.)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그 어떤 꿈보다 이루기 힘들 것이고, 그만큼 멋진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나이대의 우리들에게 '꿈'이란 어른이 되면 가져야 할 직업을 의미했기에, 선생님의 그 말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웃고 있는 선생님 얼굴 클로즈업.)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지금,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할아버지를 보고 그 수업 시간이 생각났다.

(다시 현재. 교실 책상에 앉은 빈아와 오버랩. 같은 구도로 노트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빈아.)


지혜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저렇게 세상의 '글'을 끊임없이 접하는 게 아닐까.

(미래/ 백야의 시선. 할머니가 된 빈아가 책을 읽고 있다. 할아버지와 오버랩.)


많이, 다양하게 접할수록, 그리고 접한 만큼 쓸수록 우리는 현명해질 것이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 변수가 생길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곳에서 글을 읽고 있는 빈아. 각각 미술관 설명, 책, 신문을 읽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적인 모습의 어른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며 시간을 의미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노트북에 글을 쓰는 빈아의 옆모습.)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바라본, 신문 읽는 할아버지처럼 나이 들고 싶은 요즘이다.

(미래/ 전 장면과 오버랩. 같은 구도로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는 할머니 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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