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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l 20. 2023

요즘 잘 지내?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7/20 업로드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도 많다.

(창가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빈아의 뒷모습.)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시간들에 남몰래 행복했는지 한없이 우울했는지 의지할 곳 없이 방황했는지 무겁게 고독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첫 번째 장면을 창 밖에서 바라본 모습. 빈아가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본다.

('잘 지내?'하고 메시지가 와있다.)


안부차 물어보는 다정하고 순수한 질문이지만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핸드폰 화면 클로즈업. '...' 적어놓고 보내지 않는 빈아. 책상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질문을 받았던 그때의 내 상황은 단순히 웃어넘길만하지 못했다.

(묶고 있던 머리를 풀고 침대로 가 이불을 들추며 누우려고 하는 빈아.)


오히려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마주하며 막막하다는 걸 자각하게 됐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빈아의 뒷모습.)


누구나 혼자인 시간이 며칠간 지속되는 때가 찾아오는데, 무언갈 준비하거나 시작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면 모를까 그저 방황 그 자체인 상황이라면 쉬고 있다는 말이 결코 그 뜻 그대로일 수 없다.

(다시 핸드폰 화면. 눕기 전, '그냥 쉬고 있어'라고 답장한 빈아.)


이걸 깨달은 순간부터 안부를 묻는 대신 응원을 보내고 건강을 기원한다. 상대가 자신의 근황을 물어봐주길 바란다면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꺼낼 것이다.

(이불을 정리하는 빈아. 우울함을 회복한 듯 웃고 있다.)


다정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 실패할 때도 있지만 물어보기 전에 들어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창가를 바라보는 빈아.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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