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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l 21. 2023

내가 피어난 이유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7/21 업로드


피어있는 꽃은

(민들레 꽃이 들판에 피어 있다.)


나를 봐주세요, 하는 것 같지만

(빈아가 민들레 꽃을 보고 있다. 꽃의 시선에서 바라본 빈아.)


내가 심어져 있는

(민들레 잎 클로즈업.)


이 땅과

(꽃을 위에서 내려다본 연출.)


하늘과

(눈이 부신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빈아.)


바람을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들판으로 바람이 불어오고, 빈아는 들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가 열심히 피어나서 주의를 끌게.'

(민들레 꽃.)


'너희는 그 자리에 단단히 있어줘.'

(이전 장면 + 꽃 주변에 가득한 생명들.)


 인스타툰을 준비하던 시기에 마치 백야의 탄생을 축하하듯 가는 길마다 민들레가 가득했다. 민들레는 꽃씨를 날려 번식하기 때문에 잡초들과 함께 골칫덩어리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동심의 상징이다. 꽃을 꺾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보다 입으로 후- 불어 꽃씨를 날리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어린 날, 민들레는 너무도 예쁘고 귀여운 친구였다.


 그 작은 틈새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워내기까지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 그렇게 힘들게 피어났더니 너무도 쉽게 꺾였던 그 마음은 또 어땠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래서 화려한 장미보다, 향기로운 튤립보다 그렇게 작고 여리게 피어난 수십 개의 노란 꽃잎이 나를 간지럽힌다.


 민들레 꽃씨 캐릭터 '백야'를 만들고 나서 꽃이라는 것이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꽃이 보이니 그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꽃이 씨앗이던 시절, 그 아이를 품고 키운 흙, 세상이 이렇게 밝고 따뜻하다는 걸 알려준 햇빛, 삶은 때로 고난과 역경을 줄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 바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가진 생명력.


 어쩌면 꽃은 최대한 화려하게 피어나 자기를 키워준 것들을 알리려는 게 아닐까. 예쁘고 향기로운 스스로만이 여기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무수한 것들이 지켜주고 있다고, 그 단단한 기운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렇게 피어났다고 호소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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