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9_오후 2시 8분
서재를 갖고 싶다. 한쪽 벽면이 책으로만 가득 채워진 곳에서 몰입을 즐기고 싶다. 책이 계속 쌓이고 있는데, 지금 갖고 있는 책꽂이로는 한계가 있고, 예전부터 서재에 대한 소유욕이 있었다. 작업실보다 오직 '글'로 가득한, 그래서 그 속에 젖어 책도 읽고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 집도 없는데 방이 있을 리 난무하지만, 원룸에서 시작하게 되더라도 공간을 분리해서 꾸며두고 싶다. 좋아하는 소품들도 한 구석에 차곡차곡 모아두고 작업이 막힐 때마다 마음의 안식처로 활용하고 싶다.
늦더위가 지속되는 지겨운 여름의 나날들이다. 근데 돌이켜보면 (상대적으로 여름이 조금 더 길어서일 수도 있는데,) 겨울보다 추억이 많이 쌓이는 계절인 건 확실하다. 생각보다 나는 이 더위에 많이 돌아다녔고, 땀 날 게 뻔한데도 최선의 부지런을 떨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어떻게든, 어찌 됐든 살아가야 해서 했다기보단, 어쩌면 이 시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좋기도 하고.
환경 문제가 심각을 넘어 위기인 수준이라 마냥 이 더위를 덥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린 이 더위를 오래전부터 자초해 왔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받아들이는 단계도 꽤 지났다. 함께 살아가야 할 숙명이 되어버렸다면 모를까.
소품을 모으는 걸 좋아하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지만 나의 이 행위가 분명 환경과 미래에 좋지 못할 걸 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평생을 이기적이고 모순된 나를 보며 자책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기후변화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는 구희 작가님의 최근 게시물이 준 영향이 컸다. 세상이 미처 돌아가고 있다, 벚꽃이 예쁘게 핀 그곳에서 절망을 봤다, 귀여운 건 좋은데 기후 위기는? 이런 워딩으로 가득해서 진짜 보는 내내 반성하게 만든다. 실행하는 게 아직 어려울 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는 계속 진행 중이다. 어제도 많은 것들을 샀는데, 그래도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스스로가 느껴지는 중이다. 똑같이 사 모으긴 하지만 고를 때의 마음이 순수하지만은 않다.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럼에도 너무 큰 지출을 해버렸지만. 이렇게 가면 나중엔 소품에 대한 소비를 완전히 끊을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슬쩍, 해본다. 그건 정말 소품 사랑꾼인 내겐 역사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