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글

2023/09/05_저녁 8시 27분

by 빈아

이연 님의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단숨에 구매 버튼을 누른 나, 아직 나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듯해 정립하고자 하는 미흡한 나, 고구마 말랭이를 깔끔하게 먹어보고자 포크를 사용했으나 소중한 스케치북에 그대로 툭 떨어뜨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 나, 다행히 자국이 남지 않았다는 것에 오버해서 안심하는 나, 미라클 모닝을 시도할 목요일을 기다리고 있는, 출근하는 월화수의 나, 운동이라곤 고작 카페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게 다인, 핑계 덩어리인 나, 열심히 일해서 값진 월급을 수령한 대견한 나, 사람을 잘 믿지 못해 속 얘기를 다 하지 못하는 나, 작가로서는 하고픈 얘기가 넘쳐 조절이 어려운 나, 이런 모습이 미성숙하다고 생각해 성장하고 싶어 하는 나, 다가오는 명절을 기다리는 프리랜서인 나, 공부할 것들을 정리해 하나씩 시도해 보고자 하는, 계획쟁이인 나, 그걸 다 실현할 거라 실언하는 마음속의 나와 다행히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머릿속의 나, 오랜만에 소중한 추억들을 브런치에 소환해 내며 역시 대학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나, 그러나 대학이 필수는 아님에 동의하기도 하는 나, 이렇게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은 유한한 시간 속의 나, 생일선물로 신발을 사드렸더니 날아다니는 듯했다는, 생생한 착용 후기를 들려줬던 어제의 아빠, 허기진다고 하니 고기를 구워 먹으라 했던 엄마, 맥주 한 캔이 과해 나눠 마시자는 부탁을 들어줬던 오빠, 현생이 바쁘다고 한동안 만나러 가지도 못한, 보고 싶은 우리 강아지, 모두 무탈하길 바라는 고작 스물다섯 살 먹은 나, 이제 만 나이에 적응된 나, 이 글을 마치고 책을 읽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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