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간의 성장일지
텃밭이 생기고 가장 먼저 심은 아이는 마늘이었다.
고백하자면 내가 심은 건 아니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예쁘게 심어주셨다.
시어머니는 지방으로 내려가시면서 우리보다 먼저 텃밭을 시작하셨는데,
여러 작물을 키워보신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시고 이런저런 모종도 직접 사다주시곤 한다.
우리 빌라 프로 농부님들이 여기서 마늘 안 자란다고,
마늘이나 양파 같이 땅 속에서 열매가 자라는 애들은 벌레가 다 파먹는다고 우리를 말리셨지만
원래 초보는 용감하다고 하지 않는가?
망하면 뭐 어때,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건데!
라는 마음으로 심고 싶은거 다 심어보기로 했다.
3월
그리고 약 한 달 뒤...
너무너무 귀여운 마늘 싹이 올라왔다.
첫 씨앗이자 첫 싹이라, 매일매일 크는거 보는게 그렇게 신기하고 귀엽더라.
퇴근하고 밭에 들러 얼마나 컸나 들여다보는 게 하루의 소소한 낙이었던 시절.
마늘은 옆으로 퍼지는 잎파리 없이 파아란 싹만 쑥쑥 올라오는 모양이라
실제로 유독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어릴 때 가장 예쁘고 귀여운 건 똑같다는 생각을 마늘 보고 했다.
이때는 봄이라 뙤약볕이 내리쬘 때도 아니어서
물을 매일매일 준 것도 아닌데 알아서 잘 커준 기특한 마늘
어리고 귀여운 시절은 잠깐인 것조차 똑같더라
4월
첫 싹이 나고 한 달~한 달 반 뒤부터는 거의 성체였다
싹이 길다래져서 중간중간 꺾이기도 했고
이웃 할머니들이 마늘쫑 올라왔다며 같이 뽑아주셔서
마늘쫑 쏙쏙 뽑아 볶아 먹기도 했다 (내가 마늘쫑을 키워 먹다니...! 리틀포레스트 그 자체라며)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