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 키우기 : 3천원짜리 씨앗으로 부자가 됐다(2)

by 비나 Binah


4월 2일에 처음 씨를 뿌리고

20일 뒤, 4월 24일 루꼴라 근황


아아주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인지 벌레의 공격이 시작됐다.

작은 구멍들이 뽕뽕 뚫리기 시작한 루꼴라.

유기농 농사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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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무성해진 아이들


수많은 뿌리들이 존재감을 뽐내며 저요! 저요! 하듯이 위로 솟아나기 시작하자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셨다.

너무 빽빽하게 키우면 안되고 어릴 때 솎아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못 자라는 아이들이 생긴다고.


하지만 시간도 체력도 부족했던 맞벌이 부부는 성체가 될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며 솎지 않고 키웠던 것이고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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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기주장 강한 루꼴라 밭이 되었다.

빽빽하게 7~8줄 가량을 키웠으니 가정집 루꼴라 치고는 양이 상당히 많아서

더이상 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이 왔다.


결국 날 잡고 대량 수확을 했고, 늦었지만 솎아줄 요량으로 큰 아이들 위주로 뿌리째 뽑았다.

(*원래는 뿌리를 뽑지 않고 밑둥에서 자르면 새롭게 다시 자란다고 한다.)


양이 너무 많아서 신문지를 크게 펴 그 위에 루꼴라를 쏟아붓고,

남편과 둘이 마주보고 앉아 루꼴라를 다듬었다.

벌레 먹은 아이와 깨끗한 아이를 분류하고(벌레 먹은 건 우리 몫, 깨끗한 건 선물용),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부분은 떼어내고, 뿌리 끄트머리는 칼로 따주었다.


이게 무슨 우리네 어머니들 시금치 다듬는 것 같은 장면이람.

주말 오후에 남편과 나란히 TV 보며 루꼴라를 다듬고 있으려니,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왠지 정겨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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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꼴라인가 시금치인가




5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무에 가까운 크기와 모양이 되었다.

루꼴라가 너무 커지면 질겨지고 맛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그 타이밍이 가까워 온 것 같았다.

뿌리를 뽑아보면 거의 당근 아니야? 싶을 정도로 굵고 긴 뿌리에 놀라기도...


빠른 소진을 위해 며칠에 한 번씩 수확해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다행히 지원자가 꽤 있었고, 다들 너무 좋아하시고 맛있다고 해주셔서 텃밭 가꾸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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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접어들면서는 실제로 맛이 떨어졌음을 체감했다.

씁쓸함이 커지고 고소한 맛이 사라졌다.

아까운 마음을 버리고 남은 루꼴라를 다 뽑아버렸다.


두 달 동안 원없이 루꼴라를 먹으며 샐러드, 파스타, 피자까지 할 수 있는 요리는 다 해봤다.

마지막에 수확한 루꼴라는 양이 너무 많아서 루꼴라페스토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실패했다.

루꼴라 요리에 대한 것은 따로 모아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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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꼴라 파티의 현장


텃밭에서 수확한 루꼴라를 합치면 시중에 파는 1팩 기준 100팩의 양 정도는 족히 될 듯 싶다.

1팩에 3,000원 가량에 판매하는 걸 생각하면 30만원 어치를 수확한 셈이다(오예!).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풍성하게 잘 자라서 텃밭의 재미와 보람, 맛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준 루꼴라.

장마가 지나면 다시 심으려고 씨앗 한 봉지를 또 사다두었다.

요번에는 한 알 한 알 간격을 잘 두고 심어서 예쁘게 키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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