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 심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풀, 루꼴라.
텃밭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도 "루꼴라 키워서 실컷 먹어야지!" 였다.
향이나 맛이 쌉싸름한 채소는 모두 싫어하는 편인데(미나리, 쑥갓, 취나물 등) 루꼴라는 얼핏 쓴 것 같지만 금방 고소해지는 특유의 맛과 향이 매력적이고 독특해서 좋아한다. 모든 요리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달까? 내가 밥보다 좋아하는 파스타와 찰떡궁합이기도 하고.
파는 곳이 많지 않고 대형마트 정도는 가야 찾을 수 있어서 늘 아쉬웠던 루꼴라를 직접 키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요즘 다이소에만 가도 상추나 깻잎 등 흔한 채소 씨앗은 구비되어 있는데, 역시나 루꼴라는 없어서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그리고 한차례 키워 먹고 난 뒤 이마트에서 파는걸 발견했다. 여러분 이마트에서 사세요.)
씨앗 3,000립 들어있는 한 봉지가 단돈 3,000원. 보통 다 키운 루꼴라는 1~2번 먹을 수 있는 자그마한 양을 3,000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씨앗 가격은 생각보다 매우 저렴했다.
씨앗이 왔으니 땅에 심을 차례.
잡초가 자라는걸 막기 위해 비닐 멀칭을 한 뒤, 한 줄씩 길게 틈을 내고 손가락 반 마디 깊이로 땅을 파 씨를 뿌렸는데...
처음 뿌려본 씨앗이 루꼴라였던지라(마늘은 이렇게 작은 씨앗이 아니었다) 생각없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뿌리는 실수를 했다. 씨앗이 한 알 한 알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아서 하나씩 떼어서 심을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게 하는게 맞았던 것이다. 그 실수의 결말은...2편에서 공개된다.
뿌린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올라오기 시작한 새싹. 원래 루꼴라는 사나흘이면 발아되고, 20일 정도면 어린잎을 수확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적정재배시기는 3~5월과 9~11월.
해와 물과 흙, 자연의 조화에 따라 생명이 자라나는 장면은 늘 경이롭다. 가늘고 연약한 줄기가 힘주어 올라와 기어이 흙을 뚫고 땅 위로 고개를 내미는 것이 신기하기도, 감동적이기도 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알게 된 소중한 느낌 중 하나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심을 때 한 구역에 너무 많은 양을 부어버리는 바람에 씨앗이 이리저리 날렸나보다. 멀칭 비닐 안쪽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많았는지 비닐 안으로 자꾸만 싹이 났다. 그것도 어떻게든 햇빛을 받아보겠다고 비닐 바깥 쪽으로 고개를 쭈욱 내민 형태로 기울어져 자라는게 아닌가(미안하다 흑흑). 안쪽 친구들이 비닐에 막혀 제대로 자라지 못할까봐 멀칭을 뜯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결국 싹이 제일 많이 퍼진 멀칭 첫 줄은 잘라냈다. 나중에 보니 비닐로 가려져 있던 부분에 싹이 꽤 많이 나서, 결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루꼴라 하나도 잃을 수 없지)
심은지 2주 정도 지나고부터는 어엿한 새싹의 모습과 색을 갖췄다. 어린 이파리는 나비모양 비슷하고, 점점 줄기가 길어지면서 열무같은 모양새로 자란다.
루꼴라는 와일드루꼴라와 로케트루꼴라, 2종류가 있는데 우리집에 심은건 로케트로 잎이 둥그런 열무 모양이고, 와일드는 뾰족뾰족한 모양의 잎이 난다.
동네 어른들께는 아무래도 루꼴라가 낯선 이름이었는지 "이건 뭐냐"는 질문을 10번은 들은 것 같다. 좀 크면 종자를 받아가야겠다고 하시더니, 파스타나 샐러드에 넣어먹는 서양채소라고 알려드리면 끄덕끄덕하시며 관심을 거두시던(ㅎㅎ). 아무래도 어르신들의 주 식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셨나보다.
아무튼 2주 만에 훌쩍 자라는 효자효녀 루꼴라 성장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